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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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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무취와는 거리가 먼 작가, 청예가 도전적인 질문을 저울 위에 올렸다.”

-김효선(알라딘 한국소설/시 MD)-

알라딘이 주목한 젊은 작가 청예의 문제적 고발작!
한국과학문학상,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 K-스토리 공모 등 각종 공모를 휩쓸고, ‘알라딘이 주목한 젊은 작가’와 예스24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에 선정된 청예 작가의 단편선이 출간되었다. 『오렌지와 빵칼』, 『일억 번째 여름』, 『낭만 사랑니』 등 예민하고 날카로운 감성과 독특한 문체로 주목받은 청예는 이번 단편선에서 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문단계를 꿰뚫는 도전적인 질문을 저울 위에 올렸다. 한국 문단계의 보이지 않는 욕망과 괴물의 탄생이라는 모순적인 이야기를 그로테스크하게 풀어냈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도 함께 질문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될 것이다.


▶ 줄거리
“강 교수님. 답이 없으셔서요. 이번 자유문학상 본심에 제 작품을 올려주세요. 천만 원 짜리 인데 안 하실 거예요?”

한물 간 소설 작가로 평가되며 교수직의 은퇴 위기에 처한 혜연은 제자로부터 1000만 원을 받고 문학상 본선 진출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그러나 그 소설은 다름 아닌 과거 혜연의 창작 과정의 치부를 담은 내용. 작품은 의도치 않게 최종심까지 진출하게 되어 혜연의 작가 인생을 위협해온다. 한편 혜연에게 과거 각종 문학상의 명예를 안겨준 소설 <준오의 흔적>의 주인공 준오는 체중 감량소에 보내진다. 준오는 혜연에게 자신을 판 대가로 얻은 ‘명예’를 책임지라고 말하고, 그의 몸은 점점 더 기이하게 말라 간다. 늙은 명예와 맞바꾼 건강한 몸. 혜연이 명예를 팔아 받은 돈의 결말은 과연 무엇일까.



책속에서

첫문장 명예가 있는 곳에 모욕도 있다.


p.14
‘문학을 얘기하는데 나이와 성별, 외모가 웬 말?“
그러나 혜연은 짐짓 알고 있었다. 나이와 외모와 성별의 경계를 기꺼이 허물어야 하는 이 업계가 제법 솔찬히 살피는 게 그것들임을. 혹은 ’상품성‘임을.


p.19
“이모 때문에 내가 살이 이렇게 쪘는데 이모는 나를 이용만하고..”
“내가 언제 너를 이용했어?”
..“이모가 나를 봐서 다른 사람들도 나를 보게 됐으니까.”


p.28
“잘 팔릴 후배 한 명쯤 만드는 일도 업계 선배의 ‘책임’ 아닌가요?”


p.31
‘이런 애들은 가짜 작가인데 왜 몰라주지?’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있기를 마다하지 않는, 마민주의 결여된 겸손이 불편했다. 어련히 작가라면 글쓰는 일에만 전념하여 두문불출해야 하지 않아? 이미지를 소비하는 게 정녕 문학인의 자세란 말인가?


p.40
타인이 빌려준 상품을, 손상된 상태로 반납한다면 누구의 귀책일까. 분홍색 무릎. 분홍색 살구 뼈. 요철 없는 얼굴, 빼곡한 정수리, 크고 둥근 귀, 높은 콧대... 준오가 잃어버린 것들이었다. 혜연이 선택한 상품은 혜연이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바뀌었고, 혜연은 귀책 제공자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았다.


p.46
하기 싫은 일도 해내는 것이 어른이라면, 혜연은 뭔가를 잃은 후에야 어른이 됐다. 액셀을 밟을 때마다 발가락에 들어가는 힘을 느끼며 그녀는 앞으로 나아갔다.


p.51
“00대 문창과 출신인데 민국 문학상 수상도 도움받지 않았겠어요? 데뷔 전부터 기성이랑 연락하고 지냈다는 거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이게 공정해? 또 굽은 팔끼리 파티지.”
“인스타 셀카들 좀 보세요. 한껏 꾸몄어. 작가인지 셀럽인지. 너무 가볍지 않아요?”
“그것도 권력인데 걔는 자기가 문단에서 기득권인 걸 몰라. SNS 보면 컨셉 잘 잡았다 싶어.”


p.59
그녀는 홀로 요가센터를 운영하던 누군가를 파멸시킨 손으로 야채를 썰었다. 당근과 오이, 호박이 K에 의해 숭덩숭덩 썰려갔다. 마치 괴물이 송곳니로 절단한 누군가의 몸통을 보는 것만 같았다. K는 언젠가 들었던 사람을 잡아먹는 신인 괴물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입안의 음식물을 꼭꼭 씹었다.


p.63
“밥은 잘 먹고 다녀?”
“벌레를 먹어요.”
“응?”
두 번째 사진이었다. 갈색 굼벵이들이 쌓인 접시가 보였다.


p.68
‘K의 명예는 멀쩡한 삶을 도륙 내 만든 시체의 둥지다.’


p.84
‘전부 소설일 뿐이라고요? 하지만 나를 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진짜인데요!’


p.103
동료 작가인 S의 어머니가 과거 십이지교 중 ‘우교(牛敎)’에 몸을 담았다는 사실을 들었고, 이것은 내가 추후 <수호신>에서 우교를 첫 번째 소재로 선택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최초의 소재는 말을 믿는 ‘마교(馬敎)’였다. 그리고 이 이야기 역시 내가 최초로 만난 마교 신도에 대한 회고록이다.


p.128
“국사무쌍은 말이지, 몸통과 머리의 규칙을 어기고 모든 귀족패를 모아야만 터트리는 역만이지“


p.129
승리에도 격이 있다. 어떤 승리는 흔하고 어떤 승리는 귀하다. 그렇다면 귀한 승리란 무엇일까. 승리에서 가장 멀리까지 내던져진 패를 쥐어잡아 기어코 정점에 닿게 만드는 것. 승리에 눈이 멀어 유리한 패만 쥐려는 자들에겐 허가 되지 않는 조합. 누군가는 단번에 버릴 것들을 인내한 끝에 얻어내는 성취.


p.135
여자에게는 그림자가 없었다.

출간일

전자책 : 2025-06-26

파일 형식

ePub(13.16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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