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증 해소 계획 - SciFan 제51권
[책 소개]
물이 부족해지는 디스토피아적 상상력과 저자 특유의 기술적 상상력이 결합된 소설.
가까운 미래에 지구는 만성적인 물 부족 사태를 겪는다. 집중되는 인구와 도시의 성장으로 인해서 공급할 물이 부족해지자, 각국 정부는 물 관리를 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그 부서에 최대한의 권력과 자원을 제공한다.
전역적인 강수/수분 증발 감시 체계와 전자화된 물 수급 예측 시스템, 대부분이 지하화된 물 관리 시스템을 통해서 인류는 한 방울의 오차도 없이 물을 관리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대형 저수장 3곳에서 균열을 일어나서, 대규모의 물이 유실되는 위기 상황이 발생한다. 그 위기를 극복하는 엔지니어들의 이야기.
[미리 보기]
"농무국에서 일하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뭔지 아나?" 트로이 브래든이 그의 안면 마스크에 달린 송신기에 대고 중얼거렸다.
트로이의 10미터 뒤에서 그의 스키가 남긴 자국을 따라서 전진하고 있는 알렉 패터슨, 트로이의 파트너가 대답을 하기 전에 잠시 멈춰서 눈이 쌓인 가문비 나무의 가지를 피하기 위해서 몸을 굽힌 후 대답했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차갑고 건조한 수정 같은 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그러나 소투쓰 산에는 이미 많은 눈이 쌓인 상태였다. 10분 후면 그들은 수목 한계선을 넘을 것이고, 그러면 눈보라가 뒤섞인 폭풍이 그들을 강타할 것이었다.
"말해 보라고, 007 제임스 본드 요원님." 그가 트로이가 남긴 흔적 사이로 스키 폴을 가볍게 움직이면서 말했다. "농무국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뭔가?"
장미 가시가 가득 돋아 있는 구부러진 관목들을 헤치는 동시에 깊숙이 쌓인 눈을 밀어 내면서 전진하던 트로이가 대답했다. "아주 신뢰할 만한 직업이라는 것이지." 그가 말을 이었다. "믿을 수 있고, 언제나 변하지 않는 일을 하지. 지난 200년 동안 세상은 철기 시대를 벗어 났어. 핵을 이용한 전자기학과 세포 재생, 자동으로 술을 파는 술집, 전기로 움직이는 요요 장난감이 발명되었지. 하지만 미국 농무국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이지. 영원의 시간을 통해서 검증된 방법만 우리는 사용할 수 있지. 즉 인간이 직접 기어 올라간다는 것이 그 핵심이야. 바로 우리의 성실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방법론이기도 하지. 100 년 전부터 검증된 방법이라는 것이 더욱 놀라워."
그가 작은 둔덕을 넘은 순간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경사로의 아래쪽 방향 옆에서 다시 나타났다. 그의 스키가 건조한 눈 위로 움직이면서 하얀색 가루들의 조각이 날리고, 쌓인 눈의 끝부분이 바스락거리면서 부서졌다.
알렉은 킥킥거리면서 웃은 다음, 스키 폴을 움직여서 계곡의 아래쪽으로 따라갔다. 두 명의 젊은, 물 관리학자들은 반대편 경사로를 오른 후, 길고 긴 길을 따라서 걷다가 회전하고, 다시 걷다가 회전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가냘픈 나뭇가지들 사이를 지나치자 광활하게 열린 공간 위로 거센 바람이 부는 광경이 그들 앞에 펼쳐졌다.
산등성이가 만들어 놓은 선 아래로 단단하게 뭉친 눈으로 만들어진 턱이 10미터 정도 밖으로 돌출된 것이 보였다. 작게 노출된 바위 표현이 그 눈의 턱을 바람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어서, 턱은 편평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트로이가 눈보라 속의 작은 섬 한가운데서 잠시 멈추고, 알렉이 근처까지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두터운 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왼쪽 손목에 찬 지향성 방사능 나침반을 더듬어서 찾았다. 덮개 부분이 열리자 바깥쪽 회전판이 좌우로 흔들리다가 전자기적 북극을 가리키면서 한 방향으로 고정되었다. 탐지용 바늘이 북서쪽을 가리키는 회전판 사이에서 사냥개처럼 격하게 흔들리더니, 19도 방향을 가리키면서 고정되었다. 그들이 지나온 길에서 아주 약간 왼쪽으로 기울어진 방향이었다. 안쪽 회전판에 달린 바늘이 노란색과 빨간색 사이에서 떨리고 있었다. 그 회전판은 방사능 농도를 나타내는 부분이었다.
"몇 백 미터만 더 가면 표시판이 보일 거야." 트로이가 말하는 사이, 그의 작고 뚱뚱한 파트너가 곁으로 다가 왔다. 알렉은 고개를 끄덕이고 바위의 표면 너머로 보이는, 하늘을 감싸고 있는 눈의 장막 너머를 바라 보았다. 그들 바로 위 5미터 정도 되는 부근에서 산등성이로부터 분출된 하얀색 가루들이 회오리치듯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산등성이의 윤곽선은 하늘을 가득 덮고 있는 눈 때문에 금방 시야에서 사라졌다.
두 명의 물 관리학자들은 스키 폴 위에 잠시 몸을 기대고 몇 분 동안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그들은 등반의 마지막 구간을 통과할 준비를 했다. 두 사람은 각자 화학적으로 온기를 유지하는 경량 스키 슈트를 입고 있었고, 슈트에는 방한 기능이 있는 경량 가방이 매달려 있었다.
나무가 빡빡하게 늘어 서 있는 지역에서 3킬로미터 아래쪽에 그들의 설상용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 그 차량은 쓰러진 가문비나무의 줄기와 가지들로 가려져 있었고, 강력한 눈보라로부터 차량을 조금이라도 더 보호하기 위해서 잔가지들을 잔뜩 올려 놓은 상태였다. 그곳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트로이는 농무국의 일 처리 방식을 평가하는 것에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
신께서 산의 경사로를 너무 가파르게 만들고, 나무들이 너무 빡빡하게 심어 놓은 곳에서는, 기계가 아니라 스키를 신은 인간이 일을 해야 했다. 눈을 연구하는 물 관리학이라는 것이 생기지도 않았을 무렵, 눈을 관측하는 기상학자들이 수백 년 전부터 해온 방식으로 일을 수행해야 했다.
관측팀들이, 거대하게 쌓인 눈 속에 안이 비어 있고, 눈금이 새겨져 있는 알루미늄 튜브를 집어 넣었던 날 이래로 수백 년 동안 과학은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 그 튜브를 통해서 눈이 쌓인 깊이와 무게를 측정해서 습도와 관련된 수치들을 기록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11월부터 3월까지 눈보라와 산사태와 싸우면서, 겨울철마다 매달 마지막 주에, 측정 지점들 수천 개의 측정치를 사람들이 기록했다. 그것은 북미 대륙 북서부에서부터 오래된 애팔래치안 산맥 지역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었다. 그 측정치에 기반해서, 다음 해의 강수량 예측이 이뤄졌다. 그러나 그 조야한 예측은 너무나도 오차 범위가 컸다.
현재에는, 유사한 일을 수행하는 수십 만 개가 넘는 자동 측정 기계들이 북반구 전체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것들은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지역에도 설치되어 있었다. 거의 자동화된 작업이었다. 두 명의 농무국 소속 물 관리학자들로부터 수직으로 5미터 위로, 그리고 산길을 기준으로 약 100미터 정도가 떨어진 곳에 - 아이다호 주 소투쓰 산맥의 이름 없는 산정상 위에 - 방사성 강수 측정기 P11902-87 장치가 묻혀 있었다. 그 장치는 3일 전부터 측정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었다.
매일 운항되는 관측 비행기에 의하면 소투쓰 산맥의 해발 고도 지형도와 강설량 기록도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존재했다. 기록도를 확인하던 수리 엔지니어가 그 차이를 스포케인에 있는 지역 본부에 보고했고, 몇 분 후 통신 담당관이 P11902-87 장치에 특별 송수신을 시도했다. 측정기의 코발트-60 베타 모듈과 감마 모듈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응답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아주 작은 변환 교신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사람이, 정확히 말하자면 두 명의 사람이 오류가 난 장치를 교체하기 위해서 파견되었다.
교체용 측정기를 가진 두 명의 물 관리학자는 점점 심해지는 눈보라 속에서 다시 터벅터벅 움직이기 시작했다.
트로이와 알렉은 옆으로 비껴선 채로 눈이 쌓인 경사로를 기어 올랐다. 그들은 몇 분 단위로 멈춰 서서 새롭게 방향을 확인했다. 이제 나침반의 바늘은 정확히 그들의 오른쪽을 가리키고 있었고, 방사능 농도를 표시하는 바늘은 빨간색 영역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산정상에서 수직으로 3미터 정도 아래에 있었다. 그들 앞에는 눈으로 만들어진 턱이 벼랑 끝에서 하나 돌출해 있었다. 두 명이 모두 헬멧의 밀폐막을 아래로 내리자 자동으로 공기 순환기가 작동하면서 습도와 기체 압축물을 자동으로 조절하여 공급하기 시작했다.
"저기 눈으로 된 턱이 우리가 지나가는 동안 그대로 머물러 있을까?" 커다란 눈으로 된 돌출부를 바라 보던 알렉이 외쳤다. 트로이가 잠시 멈췄고, 둘은 눈으로 된 지붕과 그들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경사로를 쳐다 보았다.
"이전에 산사태가 한번 일어났던 것 같아." 트로이가 말했다. "이제 출발하실까요, 알렉 패터슨 박사님?"
"세금을 내는 국민들의 돈을 낭비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에게 미안해지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알렉이 산사태용 총을 꺼내면서 대답했다. 그 총은 아주 초창기의 권총처럼 거대했고, 길고 뭉툭한 총열을 가지고 있었다. "몇 미터만 뒤로 물러 나자고."
그들이 스키를 움직여서 뒤로 돌아 서고, 눈으로 만들어진 돌출부 옆에서 뒤로 물러났다. 알렉이 총을 들어서, 위에 걸린 눈덩이에서 가장 두터운 부분 한가운데를 겨냥했다. 총에서 팡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발사되었다. 그것은 플라스틱 폭탄이 압축되어 있는 작은 공 모양의 물체였다. 그 물체가 호를 그리면서 아주 천천히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공모양의 폭탄이 눈으로 된 지붕 너머로 사라졌고, 두 명은 잠시 기다렸다. 10초 후 섬광과 폭음, 연기, 눈더미가 뿜어져 올라 왔다. 기폭 장치가 눈 더미 속으로 들어 가는 중이었다. 바람이 불면서 연기의 구름을 걷어 냈고, 넓게 벌어진 구멍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눈으로 된 지붕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무슨 일인 것 같아?" 트로이가 물었다.
"한번 더 시도해 보자고." 알렉이 다시 한번 총을 발사하면서 말했다. 이번에는 첫 번째로 발사한 장소보다 약간 오른쪽으로 쳐진 곳을 겨냥했다. 플라스틱 폭탄이 폭발하면서 연기와 눈으로 이뤄진 분출이 있었다. 돌출부가 깨어져 나가면서 주변의 연기가 걷혔고, 그것은 산정상에서 몇 미터 아래에 있는 경사로의 표면과 충돌하더니 아래로 굴러 가기 시작했다. 굴러 가는 동안 더 많은 눈이 뭉쳐지면서 커다란 눈덩이가 된 그것은 경사로 아래로 천둥소리를 내면서 굴러 가다가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다. 그 간략한 산사태 때문에 가루처럼 휘날리던 눈이 압축된 구름을 만들어냈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자 순식간에 휩쓸려 사라졌다.
"수고하셨습니다, 알렉 패터슨 박사님." 트로이가 스키 폴에 몸을 기대면서 외쳤다. 그리고 새롭게 부숴진 눈덩이 사이로 스키를 움직였다.
"고맙습니다, 트로이 브래든 박사님." 알렉이 기운을 차린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제 환자를 만날 시간이군요."
물이 부족해지는 디스토피아적 상상력과 저자 특유의 기술적 상상력이 결합된 소설.
가까운 미래에 지구는 만성적인 물 부족 사태를 겪는다. 집중되는 인구와 도시의 성장으로 인해서 공급할 물이 부족해지자, 각국 정부는 물 관리를 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그 부서에 최대한의 권력과 자원을 제공한다.
전역적인 강수/수분 증발 감시 체계와 전자화된 물 수급 예측 시스템, 대부분이 지하화된 물 관리 시스템을 통해서 인류는 한 방울의 오차도 없이 물을 관리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대형 저수장 3곳에서 균열을 일어나서, 대규모의 물이 유실되는 위기 상황이 발생한다. 그 위기를 극복하는 엔지니어들의 이야기.
[미리 보기]
"농무국에서 일하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뭔지 아나?" 트로이 브래든이 그의 안면 마스크에 달린 송신기에 대고 중얼거렸다.
트로이의 10미터 뒤에서 그의 스키가 남긴 자국을 따라서 전진하고 있는 알렉 패터슨, 트로이의 파트너가 대답을 하기 전에 잠시 멈춰서 눈이 쌓인 가문비 나무의 가지를 피하기 위해서 몸을 굽힌 후 대답했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차갑고 건조한 수정 같은 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그러나 소투쓰 산에는 이미 많은 눈이 쌓인 상태였다. 10분 후면 그들은 수목 한계선을 넘을 것이고, 그러면 눈보라가 뒤섞인 폭풍이 그들을 강타할 것이었다.
"말해 보라고, 007 제임스 본드 요원님." 그가 트로이가 남긴 흔적 사이로 스키 폴을 가볍게 움직이면서 말했다. "농무국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뭔가?"
장미 가시가 가득 돋아 있는 구부러진 관목들을 헤치는 동시에 깊숙이 쌓인 눈을 밀어 내면서 전진하던 트로이가 대답했다. "아주 신뢰할 만한 직업이라는 것이지." 그가 말을 이었다. "믿을 수 있고, 언제나 변하지 않는 일을 하지. 지난 200년 동안 세상은 철기 시대를 벗어 났어. 핵을 이용한 전자기학과 세포 재생, 자동으로 술을 파는 술집, 전기로 움직이는 요요 장난감이 발명되었지. 하지만 미국 농무국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이지. 영원의 시간을 통해서 검증된 방법만 우리는 사용할 수 있지. 즉 인간이 직접 기어 올라간다는 것이 그 핵심이야. 바로 우리의 성실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방법론이기도 하지. 100 년 전부터 검증된 방법이라는 것이 더욱 놀라워."
그가 작은 둔덕을 넘은 순간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경사로의 아래쪽 방향 옆에서 다시 나타났다. 그의 스키가 건조한 눈 위로 움직이면서 하얀색 가루들의 조각이 날리고, 쌓인 눈의 끝부분이 바스락거리면서 부서졌다.
알렉은 킥킥거리면서 웃은 다음, 스키 폴을 움직여서 계곡의 아래쪽으로 따라갔다. 두 명의 젊은, 물 관리학자들은 반대편 경사로를 오른 후, 길고 긴 길을 따라서 걷다가 회전하고, 다시 걷다가 회전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가냘픈 나뭇가지들 사이를 지나치자 광활하게 열린 공간 위로 거센 바람이 부는 광경이 그들 앞에 펼쳐졌다.
산등성이가 만들어 놓은 선 아래로 단단하게 뭉친 눈으로 만들어진 턱이 10미터 정도 밖으로 돌출된 것이 보였다. 작게 노출된 바위 표현이 그 눈의 턱을 바람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어서, 턱은 편평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트로이가 눈보라 속의 작은 섬 한가운데서 잠시 멈추고, 알렉이 근처까지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두터운 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왼쪽 손목에 찬 지향성 방사능 나침반을 더듬어서 찾았다. 덮개 부분이 열리자 바깥쪽 회전판이 좌우로 흔들리다가 전자기적 북극을 가리키면서 한 방향으로 고정되었다. 탐지용 바늘이 북서쪽을 가리키는 회전판 사이에서 사냥개처럼 격하게 흔들리더니, 19도 방향을 가리키면서 고정되었다. 그들이 지나온 길에서 아주 약간 왼쪽으로 기울어진 방향이었다. 안쪽 회전판에 달린 바늘이 노란색과 빨간색 사이에서 떨리고 있었다. 그 회전판은 방사능 농도를 나타내는 부분이었다.
"몇 백 미터만 더 가면 표시판이 보일 거야." 트로이가 말하는 사이, 그의 작고 뚱뚱한 파트너가 곁으로 다가 왔다. 알렉은 고개를 끄덕이고 바위의 표면 너머로 보이는, 하늘을 감싸고 있는 눈의 장막 너머를 바라 보았다. 그들 바로 위 5미터 정도 되는 부근에서 산등성이로부터 분출된 하얀색 가루들이 회오리치듯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산등성이의 윤곽선은 하늘을 가득 덮고 있는 눈 때문에 금방 시야에서 사라졌다.
두 명의 물 관리학자들은 스키 폴 위에 잠시 몸을 기대고 몇 분 동안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그들은 등반의 마지막 구간을 통과할 준비를 했다. 두 사람은 각자 화학적으로 온기를 유지하는 경량 스키 슈트를 입고 있었고, 슈트에는 방한 기능이 있는 경량 가방이 매달려 있었다.
나무가 빡빡하게 늘어 서 있는 지역에서 3킬로미터 아래쪽에 그들의 설상용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 그 차량은 쓰러진 가문비나무의 줄기와 가지들로 가려져 있었고, 강력한 눈보라로부터 차량을 조금이라도 더 보호하기 위해서 잔가지들을 잔뜩 올려 놓은 상태였다. 그곳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트로이는 농무국의 일 처리 방식을 평가하는 것에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
신께서 산의 경사로를 너무 가파르게 만들고, 나무들이 너무 빡빡하게 심어 놓은 곳에서는, 기계가 아니라 스키를 신은 인간이 일을 해야 했다. 눈을 연구하는 물 관리학이라는 것이 생기지도 않았을 무렵, 눈을 관측하는 기상학자들이 수백 년 전부터 해온 방식으로 일을 수행해야 했다.
관측팀들이, 거대하게 쌓인 눈 속에 안이 비어 있고, 눈금이 새겨져 있는 알루미늄 튜브를 집어 넣었던 날 이래로 수백 년 동안 과학은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 그 튜브를 통해서 눈이 쌓인 깊이와 무게를 측정해서 습도와 관련된 수치들을 기록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11월부터 3월까지 눈보라와 산사태와 싸우면서, 겨울철마다 매달 마지막 주에, 측정 지점들 수천 개의 측정치를 사람들이 기록했다. 그것은 북미 대륙 북서부에서부터 오래된 애팔래치안 산맥 지역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었다. 그 측정치에 기반해서, 다음 해의 강수량 예측이 이뤄졌다. 그러나 그 조야한 예측은 너무나도 오차 범위가 컸다.
현재에는, 유사한 일을 수행하는 수십 만 개가 넘는 자동 측정 기계들이 북반구 전체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것들은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지역에도 설치되어 있었다. 거의 자동화된 작업이었다. 두 명의 농무국 소속 물 관리학자들로부터 수직으로 5미터 위로, 그리고 산길을 기준으로 약 100미터 정도가 떨어진 곳에 - 아이다호 주 소투쓰 산맥의 이름 없는 산정상 위에 - 방사성 강수 측정기 P11902-87 장치가 묻혀 있었다. 그 장치는 3일 전부터 측정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었다.
매일 운항되는 관측 비행기에 의하면 소투쓰 산맥의 해발 고도 지형도와 강설량 기록도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존재했다. 기록도를 확인하던 수리 엔지니어가 그 차이를 스포케인에 있는 지역 본부에 보고했고, 몇 분 후 통신 담당관이 P11902-87 장치에 특별 송수신을 시도했다. 측정기의 코발트-60 베타 모듈과 감마 모듈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응답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아주 작은 변환 교신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사람이, 정확히 말하자면 두 명의 사람이 오류가 난 장치를 교체하기 위해서 파견되었다.
교체용 측정기를 가진 두 명의 물 관리학자는 점점 심해지는 눈보라 속에서 다시 터벅터벅 움직이기 시작했다.
트로이와 알렉은 옆으로 비껴선 채로 눈이 쌓인 경사로를 기어 올랐다. 그들은 몇 분 단위로 멈춰 서서 새롭게 방향을 확인했다. 이제 나침반의 바늘은 정확히 그들의 오른쪽을 가리키고 있었고, 방사능 농도를 표시하는 바늘은 빨간색 영역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산정상에서 수직으로 3미터 정도 아래에 있었다. 그들 앞에는 눈으로 만들어진 턱이 벼랑 끝에서 하나 돌출해 있었다. 두 명이 모두 헬멧의 밀폐막을 아래로 내리자 자동으로 공기 순환기가 작동하면서 습도와 기체 압축물을 자동으로 조절하여 공급하기 시작했다.
"저기 눈으로 된 턱이 우리가 지나가는 동안 그대로 머물러 있을까?" 커다란 눈으로 된 돌출부를 바라 보던 알렉이 외쳤다. 트로이가 잠시 멈췄고, 둘은 눈으로 된 지붕과 그들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경사로를 쳐다 보았다.
"이전에 산사태가 한번 일어났던 것 같아." 트로이가 말했다. "이제 출발하실까요, 알렉 패터슨 박사님?"
"세금을 내는 국민들의 돈을 낭비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에게 미안해지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알렉이 산사태용 총을 꺼내면서 대답했다. 그 총은 아주 초창기의 권총처럼 거대했고, 길고 뭉툭한 총열을 가지고 있었다. "몇 미터만 뒤로 물러 나자고."
그들이 스키를 움직여서 뒤로 돌아 서고, 눈으로 만들어진 돌출부 옆에서 뒤로 물러났다. 알렉이 총을 들어서, 위에 걸린 눈덩이에서 가장 두터운 부분 한가운데를 겨냥했다. 총에서 팡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발사되었다. 그것은 플라스틱 폭탄이 압축되어 있는 작은 공 모양의 물체였다. 그 물체가 호를 그리면서 아주 천천히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공모양의 폭탄이 눈으로 된 지붕 너머로 사라졌고, 두 명은 잠시 기다렸다. 10초 후 섬광과 폭음, 연기, 눈더미가 뿜어져 올라 왔다. 기폭 장치가 눈 더미 속으로 들어 가는 중이었다. 바람이 불면서 연기의 구름을 걷어 냈고, 넓게 벌어진 구멍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눈으로 된 지붕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무슨 일인 것 같아?" 트로이가 물었다.
"한번 더 시도해 보자고." 알렉이 다시 한번 총을 발사하면서 말했다. 이번에는 첫 번째로 발사한 장소보다 약간 오른쪽으로 쳐진 곳을 겨냥했다. 플라스틱 폭탄이 폭발하면서 연기와 눈으로 이뤄진 분출이 있었다. 돌출부가 깨어져 나가면서 주변의 연기가 걷혔고, 그것은 산정상에서 몇 미터 아래에 있는 경사로의 표면과 충돌하더니 아래로 굴러 가기 시작했다. 굴러 가는 동안 더 많은 눈이 뭉쳐지면서 커다란 눈덩이가 된 그것은 경사로 아래로 천둥소리를 내면서 굴러 가다가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다. 그 간략한 산사태 때문에 가루처럼 휘날리던 눈이 압축된 구름을 만들어냈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자 순식간에 휩쓸려 사라졌다.
"수고하셨습니다, 알렉 패터슨 박사님." 트로이가 스키 폴에 몸을 기대면서 외쳤다. 그리고 새롭게 부숴진 눈덩이 사이로 스키를 움직였다.
"고맙습니다, 트로이 브래든 박사님." 알렉이 기운을 차린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제 환자를 만날 시간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