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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이야기를 품다
장미숙 지음
9
생각 샘에 담아놓은 44편의 이야기가 말을 걸어온다. 수필은 ‘나’라는 인격적 주체가 뚜렷이 드러나는 장르다. 과하게 응축하거나 우연의 남발도 없다. 그냥 생 이야기다. 뻔하다. 그러나 하찮지 않다. 진실이 그렇다. 날 것에서 오는 감동은 막강하다. 감동적인 게 진실이 아니라, 진실이 감동적이다. 이 책이 그렇다.

작가 장미숙은 신춘문예로부터 전국 각종 문학 공모전에 수상 이력이 있다. 하지만 작가의 성장과 삶의 배경은 빛보다 그늘이 많다. 흠모할 만한 화려함 같은 건 없다. 세계의 규칙과 질서 밖으로 밀려나 소외와 억압의 삶을 살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글의 힘은 여기서 나온다.

하찮고 남루한 일상에 눈길을 주고, 따듯한 언어의 옷을 입혔다. 따라서 작가의 수필은 甲이 아닌 乙의 정신이 근간에 깔려 있다. 자질구레한 일상을 섬세하게 파고들었다. 특히 외롭고 병든 존재들, 변방의 사물들을 작품의 중심에 배치했다. 작가의 글은 제도 바깥에 선 사람들의 목소리다.

주목해볼 점은 견고하고 수려한 언어 운용이다. 단어 하나, 문장 한 줄 허투루 사용하지 않았다. 곱씹어 읽는 맛, 글맛이 살아있다. 시선은 소통의 철학을 바탕에 둔다. 자기 몰입을 자제하고 스스로 내면적 격리를 감행하지 않았다. 자아로의 침잠을 시도하기보다 소통을 위해 적극적으로 외부를 지향하고 있다. 관찰의 사물을 주관화하지 않고 객관화시켰다. 당연히 나의 내면, 우리의 이야기다. 한 편을 읽고 나면, 다음 편이 기대되는 것은 퍽 가슴 뛰는 일이다. 작가가 마련한 의자에 앉아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품어봄직하다.

출간일

종이책 : 2020-09-25전자책 :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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