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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러스트와 떠나는  지구촌 커피여행 커버
위트러스트와 떠나는 지구촌 커피여행아프리카 오지에서 남미대륙까지 좋은 커피를 찾아가는 멀고 험난한 여정
최상기
커피를 찾아 길을 떠나는 이유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를 떠난 비행기가 케냐 나이로비Nairobi에
도착한 것은 성탄을 며칠앞둔 날이었다. 하늘 가까운 높은 고도에 위치한
공항들이 그렇듯 조모 케냐타Jomo Kenyata 공항도 활주로가 꽤나 길다.
좀 길게 미끄러지는가 싶던 비행기는 활주로 끝 쪽을 돌아 적당한 계류장에 멈춘다.
밖으로 나오니 눈이 부시다. 시원한 바람, 강렬한 햇살과 푸르디 푸른 하늘
전형적인 동아프리카 고산지역 날씨다. 트랩을 내려와 비행기 머리 쪽으로
걸어오면서 문득 뒤를 돌아봤다.

방금 나를 태우고 온 비행기가 날카로운 엔진소리를 내며 서 있다.
유선형의 부드러운 곡선이 풍선처럼 매끈하다.
하얀 곡면체와 뒤를 채우는 푸른 하늘에 이끌려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3개월가량 지난 3월 어느 날. 이 미려한 동체는 휴지처럼 구겨지고
조각난 모습으로 TV 화면에서 다시 만났다. 그 날도 이 비행기는 아디스아바바를
이륙해 나이로비로 향하던 중이었다. 비행기는 아디스아바바
남쪽 들녘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탑승객, 승무원 전원 사망. 선편을 다시 확인했다. ET-302. 사진 속 그 비행기다.
모골이 송연하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건가. 수 백 만분의 일이라는 항공기 사고
인명재천人命在天이고, 사생유명死生有命이라지만, 그 날의 탑승객 명단에
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간담이 서늘하지 않을 수 없다.

집을 나서는 순간 여행의 위험은 시작된다. 커피를 찾아가는 여정은 좀 더 위험한 일일 수 있다.
커피 생산국 중에는 정치,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곳도 있고, 주로 커피가
자라는 생산지들은 깊은 산악지역에 많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는 아직 분쟁 중이거나, 전쟁의 잔불이 남아있는 곳이 더러 있다.
격렬한 내전중인 예맨의 커피 무역상은 우리가 다시 만나는 것은 신神의 뜻에 달렸다고 인사한다.
전쟁은 아니더라도 반정부 조직이나, 마약 등 범죄집단이 산 속에 은거하는 경우도 많다.
살인 범죄율Murder Rates이 우리보다 100배 이상인 중미국가도 있다.

숨어있는 위험을 이방인들은 잘 모른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그럼에도 커피를 찾아 먼 길을 떠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와는
확연히 다른 다양한 삶의 모습들과, 눈이 시리게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경
그리고 뜻 밖의 좋은 커피를 만나는 행운이 있기에 늘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가방을 꾸린다.
무엇보다 커피가 아니라면 절대 만날 수 없는 킬리만자로 산자락의
어느 늙은 농부, 안데스 고원 아이들과의 추억들이 켜켜이 쌓여가기 때문이다.

이제 그 먼 여정의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 복기하고자 한다.

출판사

유페이퍼

출간일

전자책 : 2024-07-15

파일 형식

PDF(8.04 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