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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에서 만나는 조선의 탈것 커버
실록에서 만나는 조선의 탈것신분은 가마를 타고, 역사는 말을 탄다
석종수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방대한 시간의 숲을 처음 헤맬 때, 제 길잡이가 되어준 것은 왕이나 위대한 장군이 아닌, 묵묵히 길 위를 오가던 ‘탈것’이었습니다. 실록의 수많은 기사 사이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는 파발마의 거친 숨소리를, 수백 명의 발걸음에 움직이는 어가의 장엄한 무게를, 그리고 삐걱거리는 소달구지 바퀴에 실린 백성의 고단한 삶을 발견하며, 저는 조선이라는 시대가 박제된 역사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유기체였음을 실감했습니다.
교통학자의 눈으로 본 조선의 길 위는 정교하게 짜인 신경망이자 혈관이었습니다. 왕의 명령을 실어 나르는 말의 속도가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이었고, 지방의 세곡을 실어 나르는 조운선의 순항 여부가 국가 재정의 건강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신분에 따라 엄격히 나뉜 가마의 행렬은, 그 사회의 질서와 가치관을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거울이었습니다.
이 책은 실록 곳곳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탈것에 대한 기록을 엮어, 조선 시대의 역동적인 영혼을 복원하려는 저의 작은 시도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이 책을 통해 바람을 가르는 말의 힘찬 질주를 느끼고, 험난한 파도를 가르며 나라를 지켰던 판옥선의 뱃전에서 물보라를 함께 맞으며, 정적으로만 느껴졌던 조선 시대와 한층 더 가까워지는 즐거움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나아가, 과거의 길 위에서 오늘 우리가 달리고 있는 이 길의 의미를 되묻는 성찰의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출판사

부크크

출간일

전자책 : 2025-08-21

파일 형식

PDF(3.96 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