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검색
동유럽 라틴어의 기원과 역사 커버
동유럽 라틴어의 기원과 역사라틴어에서 근대 루마니아어로의 발전 과정
엄태현
이 책은 발칸반도의 카르파티아산맥 남부지역과 다뉴브강 하류 지역을 중심으로 사용되었던 라틴어가 근대 루마니아어로 발전하는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 과정은 크게 통속 라틴어 단계, 로망스어 단계, 루마니아어 단계로 나눌 수 있는바 각 단계를 하나의 챕터로 나누어 총 3개 챕터로 책을 구성했다. 각 챕터에서 언어가 변화하는 모습을 소리, 형태, 어휘를 중심으로 설명하였으며, 언어적 변화와 관련된 주요 역사적 배경에 관해서도 함께 설명했다. 챕터 Ⅰ <통속 라틴어>에서는 고전 라틴어의 엄격한 문법적 규범과 수사학적 규칙이 통속 라틴어를 중심으로 점차 사라지면서 변화해 갔던 라틴어의 모습을 설명했다. 라틴어의 운명이 로마제국의 운명과 같이한 만큼 관련 설명을 추가하였고, 구어체 언어였던 통속 라틴어의 연구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문자언어 자료 해석의 특수성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챕터 Ⅱ <로망스어>에서는 통속 라틴어가 로망스어로 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본 저술이 목표로 두고 있는 동부 유럽 라틴어 역사의 특수성이 서유럽 라틴어와의 지역적 단절에서 설명될 수 있는 만큼, 이 지역 로망스어의 특징을 서로망스제어와의 비교를 통해서 설명했다. 이를 통해서 전체 로망스제어 가운데 나타나는 루마니아어의 특징을 설명했다. 챕터 Ⅲ <루마니아어>에서는 카르파티아?다뉴브 라틴어가 근대 루마니아어로 발전하는 과정을 주요 단계별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이 과정에서 라틴어, 원형 루마니아어, 그리고 중세 이후의 주요 단계별 변화를 연대순으로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루마니아 언어학의 주요 이슈인 루마니아어의 형성 지역, 루마니아어의 4대 방언, 이주론과 상주론 등 주요사항에 관해서 다루었다.
본 저술은 루마니아어의 발전과 주요 특성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어서 <언어 계보> 특성과 <언어접촉> 특성이 구조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이 두 가지 큰 흐름을 언어 변화의 중심으로 두고 설명하였다. 언어 계보가 일종의 언어적 친척이고, 핏줄이고, DNA라면 언어접촉은 가깝게 교류하는 언어적 이웃이고, 친구이고, 상호 영향을 주는 관계라 할 수 있다. 루마니아어는 언어 계보적으로 라틴어에서 비롯된 언어이지만, 로마제국의 동부 변방에서 사용되다 로마의 멸망 이후 라틴어와의 교류가 단절되어 라틴어 가운데에는 고립된 언어로 남게 되었다. 이 지역 주변 라틴어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교류했던 언어는 6세기경 발칸반도로 도래했던 슬라브족의 언어였다. 이 지역 라틴어 화자들은 슬라브족과의 접촉을 통해서 슬라브어로부터, 특히 구어체 언어를 중심으로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10세기경 불가리아로부터 정교를 처음으로 받아들였고, 이후 14세기 중반 왈라키아와 몰도바 두 루마니아 공국이 설립된 이후에는, 문어체 언어로서 라틴어 사용은 경원시되었다. 당시는 동서교회의 갈등이 치열했던 상황이었고, 라틴어는 서유럽 가톨릭 교회의 언어로서 정교 국가였던 루마니아 공국에서는 라틴어를 멀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역시 동부 유럽 로망스어와 서부 유럽 로망스어가 서로 다른 성격의 언어로 나아가도록 하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9세기 이전까지 오스만제국의 속국으로서, 정교회 국가로서, 그리스어와 문화에 열광했던 왈라키아와 몰도바 공국에 언어적 변화의 물결이 다가온 것은 트란실바니아의 라틴주의자들의 영향에 의해서이다. 왈라키아와 몰도바의 지배계층은 오스만제국의 지배하에서 매우 안정적 삶을 영위하고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내부적 개혁은 일어나기 힘들었다. 반면 트란실바니아의 상황은 험난했다. 이 지역에서 정교 신자는 수 세기에 걸쳐 정상적인 기독교인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대부분이 농노인 상태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18세기 초에 들어서 정교와 가톨릭의 연합 종파인 그리스가톨릭으로의 개종의 길이 열리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상당수의 정교회 성직자는 연합 종파로 옮겨갔고, 이후 고등 교육을 받은 루마니아의 그리스 가톨릭 신부들은 그들의 언어가 라틴어이며 그들이 로마제국의 후손이라는 사실에 크게 경도되었다. 이후 그리스 가톨릭 주교들은 강력한 라틴어 회귀 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정치적 주권이 없던 트란실바니아 상황에서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19세기 초에 이르러 이들의 영향이 직간접적으로 왈라키아와 몰도바에 전달되면서 비로소 루마니아어의 근대화는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저항과 혼란이 있었지만, 루마니아어를 라틴어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거대한 열망에 따라서 루마니아어의 문자는 키릴 문자에서 로마문자로 변경되었고, 루마니아어 문법책과 사전이 만들어졌고, 점차 문테니아 지역의 방언을 중심으로 통일된 근대 민족어가 형성되어 갔다. 가장 중요하고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문제는 많은 슬라브어, 터키어, 그리스어, 헝가리어로 점철되었던 루마니아의 오래된 단어(Archaism)를 라틴어 및 서유럽의 새로운 어휘(Neologism)로 대체하는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정서법의 확립 역시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는 매우 어렵고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라틴어 회복을 중심으로 하는 민족주의적 경향과 열풍에 많은 문인, 학자, 정치인, 언론인이 동참하면서 루마니아어는 점차 슬라브어, 터키어 등 오래된 언어의 모습을 벗어내게 되었다. 루마니아어의 구조는 19세기 이전에도 라틴어에 기반을 둔 로망스어임이 분명했지만, 언어의 외형을 결정하는 어휘와 그 소리 그리고 문자 체계에서 슬라브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19세기를 지나면서 여타의 서로망스제어와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언어적 외형을 가지게 되었다.
요약하면, 발칸 반도에 사용되던 라틴어 계보의 언어가 점차 변화하여 구조적으로 로망스어로 발전해 가며, 로마제국 멸망 이후 발칸 지역 언어와의 접촉을 통해서 서로망스제어와는 다른 외형을 가지게 되지만, 근대 이후 다시 라틴어로 돌아가게 된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루마니아는 흔히 “슬라브의 바다 위에 있는 라틴 섬”으로 표현되는데, 루마니아어와 관련해서도 잘 들어맞는 것을 볼 수 있다

출간일

전자책 : 2026-01-30

파일 형식

PDF(3.96 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