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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팔경답파기
김상용 지음
관동팔경답파기(關東八景踏破記)
우리는 우연한 기회로 자연의 품을 찾아 그 속에 묻히고자 이 길을 떠나게 된 것인 만큼 다른 어른들과 같이 경치 좋은 곳을 찾아 詩囊[시낭]을 단단히 채우고 노래 근이나 실컷 불러 보자는 고답적 의미를 가지고 떠난 것이 아닙니다. 이런 길이라 하기에는 우리의 성의와 준비는 너무 적습니다. 혹 성의와 준비가 넉넉하다 해도 제법 경치를 보고 경치에 합당한 감흥을 느끼고 그 느낀 감흥을 제법 똑똑한 시로 짓고 노래로 부르기에는 너무 저희들의 식견과 재질이 부족합니다. 너무 천식이요, 鈍覺[둔각]이요, 俗輩[속배]입니다.
그러나 워낙 소리가 크면 귀먹어리도 귀를 돌리고 가시가 길면 발바닥도 따끔하는 일이 있지 않아요. 이 셈으로 이런 淺見[천견]에도 한두 가지 알아지는 것, 이런 둔감에도 어떤 때는 혹 가다가 느껴지는 것, 이런 속안에도 혹 띄우는 것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필자가 이번 이 길의 대강 노정을 부탁하고 거리 거리의 풍물을 그리고, 그리고 때때의 단상을 적어보려 하는 것이 오직 이 예외, 이 기적, 이 비약을 바라고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필자를 따라 읽어가시노라면 필자 딴은 봉황이나 호랑이를 그린 셈인데 독자 여러분께는 닭이나 고양이로 보이게 될 때만 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聖域神境[성역신경]에 대한 여러 어른의 선입감을 더럽혀 드릴 적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닭으론 보인다고 또는 고양이로 그려졌다고 결코 봉황이 봉황 아닌 까닭이 되고 호랑이가 호랑이 못되는 고양이될 까닭이 만무합니다. 필자의 감흥이 적고 窮愁[궁수]가 졸하다고 관동팔경이 어떠할 리야 있겠어요.

출판사

토지

출간일

전자책 : 2019-04-01

파일 형식

ePub(408 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