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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Rainbow Original Series - The Blue, Thriller™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를 대신해 말하기 시작할 때, 진실은 얼마나 쉽게 지워질까.”

<죽어야 했던 밤, 나는 단지 숨을 쉬었다>, <사랑이라는 말로 덮은 것들>, <침묵이 마침내 문장이 될 때>를 묶은 이 단편집은 ‘가족’과 ‘보호자’라는 가장 안전해 보이는 이름 뒤에 숨어 있는 폭력과 조작, 그리고 그 침묵을 깨는 순간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응급실에서 가까스로 눈을 뜬 서인은 눈물 흘리는 남편의 품 안에서 주머니 속 녹음기가 흘려보내는 다른 목소리를 듣는다. 아들을 지키기 위해 며느리의 시신을 묻고 돌아온 자경은 아들의 노트북에서 자신의 죽음과 관련된 파일명을 발견한다. 요양원에서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는 며느리 소영에게 “아침 약 먹지 마라.”는 쪽지를 건넨다.

이 이야기들의 공포는 괴물이나 낯선 침입자에게서 오지 않는다. 다정한 말투, 반듯한 서류, 보호자 진술, 가족이라는 이름에서 온다. 누군가의 설명 속에 갇혀 자기 말조차 의심하게 된 사람들은 작은 쪽지와 사진, 녹음기와 기록을 붙잡고 다시 묻기 시작한다. 내가 기억하는 것이 정말 틀렸는가. 사랑이라는 말로 덮인 것들 아래에는 무엇이 남아 있는가.

세 편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사건을 다루지만 끝내 하나의 질문 앞에 선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내 말을 대신하고 나의 침묵을 진실처럼 기록할 때 나는 어떻게 다시 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이 소설들은 사랑과 보호라는 이름 아래 지워진 목소리들이 스스로의 증거를 찾아가는 과정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끝내 말해지지 못했던 침묵이 문장이 되는 순간 독자는 가장 익숙했던 관계가 가장 낯선 밀실로 바뀌는 섬뜩한 감각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출간일

전자책 : 2026-07-28

파일 형식

ePub(8.6 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