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난 도일 호러 걸작선 (개정 증보판)사건의 내막, 고공 공포, 경매번호 249, 레이디 새녹스 사건, 토트의 반지, 카타콤, 로스 아미고스 피아스코, 존 배링턴 카울스, 심연으로부터 | 고딕 문학 총서 007
아서 코난 도일『코난 도일 호러 걸작선』은 전자책으로 개별 출간한 도일의 호러 단편들을 추린 작품집이다. 이번 개정 증보판에는 「로스 아미고스 피아스코」, 「존 배링턴 카울스」, 「심연으로부터」 3편을 새로 수록했다.
「사건의 내막」
짧은 분량이지만 의의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지닌 작품이다. 코난 도일은 말년에 오컬트에 심취했고 심령술을 믿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이력이 반영된 작품 중에 이 단편집에 수록된 「사건의 내막」과 「심연으로부터」가 포함된다. 1인칭 시점을 취하고자 했으나 죽은 화자를 드러내기가 여의치 않아서 “글 쓰는 영매”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이성적이고 회의적인 셜록 홈즈의 창조자가 동시에 초자연적인 현상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적잖은 글을 썼다는 건 흥미롭다. 이런 역설과 모순이 빚어낸 역동성이 코난 도일이 보여준 창조력의 원천이진 않을까?
「고공 공포」
"에어 정글"이라는 설정부터 흥미롭다. 뚸어난 비행사 조이스 암스트롱이 비행사고 후 홀연히 사라지는데, 그가 남긴 미완의 일지가 작품의 중심이다. 사고 기체의 파편으로 봐서 그의 생존 가능성이 낮지만 시신이 없는 상황에서 피 묻은 일지에는 고도 43,000피트(약 13.1킬로미터) 가량의 고공 어느 지점에 정글이 존재하고 이곳에 젤라틴 몬스터들이 거주한다는 가설이 담겨 있다. 조이스 암스트롱은 자신의 가설을 확인하고자 위험한 비행에 나서고, 작품은 그의 일지를 그대로 따라가는 형식을 취한다. 라이트 형제가 1903년 최초의 비행에 성공한 후 불과 10년 만에 나온 작품임을 감안하면 비행 관련 몇 가지 기술과 가설들도 눈여겨볼만하다. 초기 SF와 호러 장르의 양대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H.G. 웰스와 러브크래프트의 중간 지점을 보는 듯한 SF 호러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배경 또한 웰스의 우주와 러브크래프트 심해 이 중간 지대인 성층권을 선택한 것도 흥미롭다. 지금은 식상할지 모르나 당대에는 신선했을 상상력이 미스터리의 대가에 의해 어떻게 공포로 형상화되는지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경매번호 249」
「토트의 반지」와 함께 아서 코난 도일의 대표적인 미라 단편이다. 특히 이 작품은 작가의 최고 걸작은 아니지만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동시대와 후대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우선 기존의 미라 작품과 달리 미라를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한 최초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외국 문화의 유입에 대한 제국주의 영국의 공포감을 미라로 대치하여 묘사했다는 해석도 있다. 이 작품을 읽고 『정글북』의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은 오랫동안 악몽에 시달렸다고 술회했다. 러브크래프트는 미라의 부활을 주제로 한 뛰어난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앤 라이스(뱀파이어 연대기)는 자신의 미라 작품에 아서 코난 도일의 「경매번호 249」와 「토트의 반지」가 직접적인 영감을 주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레이디 새녹스 사건」
이 작품은 홈즈에 가까운 도입부에 공포의 반전을 포함하고 있다. 홈즈의 팬들도 크게 이질적이지 않으면서도 코난 도일의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작품으로 보인다. 런던의 뛰어난 외과의인 더글러스 스톤과 런던 최고의 미인인 새녹스 부인 간의 떠들썩하고 부적절한 연애. 다소 진부해 보이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코난 도일의 호러 단편 중에서 가장 강렬하다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토트의 반지」
도일의 또 다른 단편 「경매 번호 249」와 함께 작가의 대표적인 미라 단편으로 꼽힌다. 후자에 비해 「토트의 반지」는 공포 요소는 덜한 반면 죽기를 열망하나 그러지 못하는 불멸의 고통과 로맨스가 가미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걸출한 이집트학 학자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가 폐장 시간을 넘겨서 맞닥뜨리는 기묘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카타콤」
성장 배경부터 외모와 성격에 이르기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젊은 고고학자에 관한 이야기다. 가난한 흙수저 출신으로 현재의 위치까지 한발 한발 어렵게 헤쳐 온 뷔르거. 반면에 대표적인 금수저로 승승장구하면서 늘 학계와 사교계의 인기를 독차지해온 훈남 케네디. 이 두 젊은이는 당대 학계를 선도하는 뛰어난 고고학자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겉보기에 선의의 경쟁자이자 절친인 이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뷔르거가 고고학적으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 새 지하묘지, 카타콤을 발견했다고 암시하자 단번에 케네디가 관심을 가지고 덤벼든다. 뷔르거가 카타콤을 보여주는 대신에 한 가지 질문에 먼저 답하라는 조건을 거는데...
*새로 추가된 작품
「로스 아미고스 피아스코」
미국의 서부에 있는 로스 아미고스라는 도시에서 있었던 피아스코(대실패, fiasco)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로스 아미고스의 시민들은 유독 전기시설에 대한 자부심이 큰데, 이 장점을 살려 전기의자 사형집행을 준비한다. 그 첫 대상이 된 덩컨 워너는 소문난 악질 범죄자. 그런데 엄청난 양의 전기쇼크에도 불구하고 사형수가 좀처럼 죽지 않으면서 사태가 꼬여간다.
「존 배링턴 카울스」
도일이 이 단편 이후 10년 뒤에 발표한 사이킥 뱀파이어의 대표작 「기생충The Parasite」(작품 특성상 『사이킥 뱀파이어 걸작선』 에 수록함)과 여러모로 비교된다. 상대의 정신과 육체를 점령하고 파멸로 이끄는 팜므파탈, 오컬트 요소, 최면 암시 등 「기생충」의 축소판에 가깝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기생충」은 깊이 면에서 「존 배링턴 카울스」는 빠른 전개와 흥미 면에서 상대적인 강점을 가진다. 이 작품의 팜므파탈로 등장하는 케이트 노스콧은 뱀파이어 변종으로서 「기생충」의 사이킥 뱀파이어나 은유적 뱀파이어보다도 조금 더 실체적인 위협감을 자아낸다. 노스콧은 모든 남자의 심장을 멎게 할 만큼 절세미인으로 묘사되는데, 잔인함과 사악함을 교활하게 드러낸다. 이 여자와 약혼한 남자들은 하나둘 죽음을 맞는다. 이 피해자 중에 한 명이자 화자의 친구인 배링턴 카울스의 말을 빌리면, 그녀는 “무덤에서 나온 구울이자, 뱀파이어며 늑대인간이다.” 다시 말해 피해자의 입장에서 정신을 유린당하는 고통만큼 물리적인(동시에 초자연적인) 공포감이 몬스터 급이다.
「심연으로부터」
도일이 심령주의에 가진 깊은 관심이 반영된 작품이다. 사람의 생령이 나타나 자신의 죽음을 알린다는 사례를 통하여 텔레파시, 유체이탈 등을 살짝 가미하고 있다. 도일이 심령주의를 과학과 대등한 영역으로 대하는 진지한 접근 방식이 화자를 통해서도 전달된다. 화자는 텔레파시를 믿지만 자신이 경험한 초자연적인 사건을 가능한 합리적으로 풀어내려는 입장을 취한다. 그는 실론(스리랑카)의 커피 수입 사업을 하는 청년 사업가 밴시타트의 사업파트너다. 이 밴시타트에게 일어난 불행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지은이 아서 코난 도일
셜록 홈즈 시리즈로 유명한 영국의 미스터리 작가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탐정 캐릭터에 심취했다. 예수회 학교에서 교육받았는데, 훗날 셜록 홈즈 이야기의 많은 등장인물들이 이 학교 시절의 교사 및 친구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1884년 루이스 호킨스와 결혼했고, 1885년 에든버러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된 뒤 햄프셔에서 안과의로 개업했다. 1887년 첫 소설 『주홍색 연구』를 출간했고 1891년부터 『셜록 홈즈의 모험』을 《스트랜드 매거진》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도일의 작품들은 곧 대중적인 호응을 얻었고 그는 1920년대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고료를 받는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러나 홈즈 소설에 싫증을 느끼게 되어 『마지막 사건』에서 홈즈를 죽임으로써 그 시리즈를 끝내게 된다. 남아프리카 전쟁(1899~1902)에 야전병원의 군의관으로 복무했는데, 그 동안 『위대한 보어 전쟁』을 써서 조국의 입장을 방어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자 영국으로 돌아와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다. 그 후 『빈집』에서 오래 전 죽은 주인공을 교묘한 방법으로 다시 살려냄으로써 홈즈 시리즈를 재개했다. 1906년 하원의원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다음해 그의 아내가 지병으로 사망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진 레키와 재혼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그의 아들이 솜 전투에서 입은 부상 후유증으로 사망하자 큰 실의에 빠졌다. 1927년 그의 마지막 책 『셜록 홈즈 사건집』이 출간되었고, 1930년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엮고 옮긴이 정진영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상상에서는 고딕 소설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잿빛의 종말론적 색채를 좋아하나 현실에서는 하루하루 장밋빛 꿈을 꾸면서 살고 있다. 고전 문학 특히 장르 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기획과 번역을 통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작품도 소개하려고 노력 중이다. 스티븐 킹의 『그것』, 『러브크래프트 전집』, 『세계 호러 걸작선』, 『뱀파이어 걸작선』, 『펜타메로네』, 『좀비 연대기』 등을 번역했다.
「사건의 내막」
짧은 분량이지만 의의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지닌 작품이다. 코난 도일은 말년에 오컬트에 심취했고 심령술을 믿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이력이 반영된 작품 중에 이 단편집에 수록된 「사건의 내막」과 「심연으로부터」가 포함된다. 1인칭 시점을 취하고자 했으나 죽은 화자를 드러내기가 여의치 않아서 “글 쓰는 영매”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이성적이고 회의적인 셜록 홈즈의 창조자가 동시에 초자연적인 현상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적잖은 글을 썼다는 건 흥미롭다. 이런 역설과 모순이 빚어낸 역동성이 코난 도일이 보여준 창조력의 원천이진 않을까?
「고공 공포」
"에어 정글"이라는 설정부터 흥미롭다. 뚸어난 비행사 조이스 암스트롱이 비행사고 후 홀연히 사라지는데, 그가 남긴 미완의 일지가 작품의 중심이다. 사고 기체의 파편으로 봐서 그의 생존 가능성이 낮지만 시신이 없는 상황에서 피 묻은 일지에는 고도 43,000피트(약 13.1킬로미터) 가량의 고공 어느 지점에 정글이 존재하고 이곳에 젤라틴 몬스터들이 거주한다는 가설이 담겨 있다. 조이스 암스트롱은 자신의 가설을 확인하고자 위험한 비행에 나서고, 작품은 그의 일지를 그대로 따라가는 형식을 취한다. 라이트 형제가 1903년 최초의 비행에 성공한 후 불과 10년 만에 나온 작품임을 감안하면 비행 관련 몇 가지 기술과 가설들도 눈여겨볼만하다. 초기 SF와 호러 장르의 양대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H.G. 웰스와 러브크래프트의 중간 지점을 보는 듯한 SF 호러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배경 또한 웰스의 우주와 러브크래프트 심해 이 중간 지대인 성층권을 선택한 것도 흥미롭다. 지금은 식상할지 모르나 당대에는 신선했을 상상력이 미스터리의 대가에 의해 어떻게 공포로 형상화되는지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경매번호 249」
「토트의 반지」와 함께 아서 코난 도일의 대표적인 미라 단편이다. 특히 이 작품은 작가의 최고 걸작은 아니지만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동시대와 후대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우선 기존의 미라 작품과 달리 미라를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한 최초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외국 문화의 유입에 대한 제국주의 영국의 공포감을 미라로 대치하여 묘사했다는 해석도 있다. 이 작품을 읽고 『정글북』의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은 오랫동안 악몽에 시달렸다고 술회했다. 러브크래프트는 미라의 부활을 주제로 한 뛰어난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앤 라이스(뱀파이어 연대기)는 자신의 미라 작품에 아서 코난 도일의 「경매번호 249」와 「토트의 반지」가 직접적인 영감을 주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레이디 새녹스 사건」
이 작품은 홈즈에 가까운 도입부에 공포의 반전을 포함하고 있다. 홈즈의 팬들도 크게 이질적이지 않으면서도 코난 도일의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작품으로 보인다. 런던의 뛰어난 외과의인 더글러스 스톤과 런던 최고의 미인인 새녹스 부인 간의 떠들썩하고 부적절한 연애. 다소 진부해 보이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코난 도일의 호러 단편 중에서 가장 강렬하다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토트의 반지」
도일의 또 다른 단편 「경매 번호 249」와 함께 작가의 대표적인 미라 단편으로 꼽힌다. 후자에 비해 「토트의 반지」는 공포 요소는 덜한 반면 죽기를 열망하나 그러지 못하는 불멸의 고통과 로맨스가 가미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걸출한 이집트학 학자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가 폐장 시간을 넘겨서 맞닥뜨리는 기묘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카타콤」
성장 배경부터 외모와 성격에 이르기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젊은 고고학자에 관한 이야기다. 가난한 흙수저 출신으로 현재의 위치까지 한발 한발 어렵게 헤쳐 온 뷔르거. 반면에 대표적인 금수저로 승승장구하면서 늘 학계와 사교계의 인기를 독차지해온 훈남 케네디. 이 두 젊은이는 당대 학계를 선도하는 뛰어난 고고학자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겉보기에 선의의 경쟁자이자 절친인 이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뷔르거가 고고학적으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 새 지하묘지, 카타콤을 발견했다고 암시하자 단번에 케네디가 관심을 가지고 덤벼든다. 뷔르거가 카타콤을 보여주는 대신에 한 가지 질문에 먼저 답하라는 조건을 거는데...
*새로 추가된 작품
「로스 아미고스 피아스코」
미국의 서부에 있는 로스 아미고스라는 도시에서 있었던 피아스코(대실패, fiasco)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로스 아미고스의 시민들은 유독 전기시설에 대한 자부심이 큰데, 이 장점을 살려 전기의자 사형집행을 준비한다. 그 첫 대상이 된 덩컨 워너는 소문난 악질 범죄자. 그런데 엄청난 양의 전기쇼크에도 불구하고 사형수가 좀처럼 죽지 않으면서 사태가 꼬여간다.
「존 배링턴 카울스」
도일이 이 단편 이후 10년 뒤에 발표한 사이킥 뱀파이어의 대표작 「기생충The Parasite」(작품 특성상 『사이킥 뱀파이어 걸작선』 에 수록함)과 여러모로 비교된다. 상대의 정신과 육체를 점령하고 파멸로 이끄는 팜므파탈, 오컬트 요소, 최면 암시 등 「기생충」의 축소판에 가깝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기생충」은 깊이 면에서 「존 배링턴 카울스」는 빠른 전개와 흥미 면에서 상대적인 강점을 가진다. 이 작품의 팜므파탈로 등장하는 케이트 노스콧은 뱀파이어 변종으로서 「기생충」의 사이킥 뱀파이어나 은유적 뱀파이어보다도 조금 더 실체적인 위협감을 자아낸다. 노스콧은 모든 남자의 심장을 멎게 할 만큼 절세미인으로 묘사되는데, 잔인함과 사악함을 교활하게 드러낸다. 이 여자와 약혼한 남자들은 하나둘 죽음을 맞는다. 이 피해자 중에 한 명이자 화자의 친구인 배링턴 카울스의 말을 빌리면, 그녀는 “무덤에서 나온 구울이자, 뱀파이어며 늑대인간이다.” 다시 말해 피해자의 입장에서 정신을 유린당하는 고통만큼 물리적인(동시에 초자연적인) 공포감이 몬스터 급이다.
「심연으로부터」
도일이 심령주의에 가진 깊은 관심이 반영된 작품이다. 사람의 생령이 나타나 자신의 죽음을 알린다는 사례를 통하여 텔레파시, 유체이탈 등을 살짝 가미하고 있다. 도일이 심령주의를 과학과 대등한 영역으로 대하는 진지한 접근 방식이 화자를 통해서도 전달된다. 화자는 텔레파시를 믿지만 자신이 경험한 초자연적인 사건을 가능한 합리적으로 풀어내려는 입장을 취한다. 그는 실론(스리랑카)의 커피 수입 사업을 하는 청년 사업가 밴시타트의 사업파트너다. 이 밴시타트에게 일어난 불행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지은이 아서 코난 도일
셜록 홈즈 시리즈로 유명한 영국의 미스터리 작가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탐정 캐릭터에 심취했다. 예수회 학교에서 교육받았는데, 훗날 셜록 홈즈 이야기의 많은 등장인물들이 이 학교 시절의 교사 및 친구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1884년 루이스 호킨스와 결혼했고, 1885년 에든버러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된 뒤 햄프셔에서 안과의로 개업했다. 1887년 첫 소설 『주홍색 연구』를 출간했고 1891년부터 『셜록 홈즈의 모험』을 《스트랜드 매거진》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도일의 작품들은 곧 대중적인 호응을 얻었고 그는 1920년대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고료를 받는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러나 홈즈 소설에 싫증을 느끼게 되어 『마지막 사건』에서 홈즈를 죽임으로써 그 시리즈를 끝내게 된다. 남아프리카 전쟁(1899~1902)에 야전병원의 군의관으로 복무했는데, 그 동안 『위대한 보어 전쟁』을 써서 조국의 입장을 방어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자 영국으로 돌아와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다. 그 후 『빈집』에서 오래 전 죽은 주인공을 교묘한 방법으로 다시 살려냄으로써 홈즈 시리즈를 재개했다. 1906년 하원의원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다음해 그의 아내가 지병으로 사망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진 레키와 재혼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그의 아들이 솜 전투에서 입은 부상 후유증으로 사망하자 큰 실의에 빠졌다. 1927년 그의 마지막 책 『셜록 홈즈 사건집』이 출간되었고, 1930년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엮고 옮긴이 정진영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상상에서는 고딕 소설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잿빛의 종말론적 색채를 좋아하나 현실에서는 하루하루 장밋빛 꿈을 꾸면서 살고 있다. 고전 문학 특히 장르 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기획과 번역을 통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작품도 소개하려고 노력 중이다. 스티븐 킹의 『그것』, 『러브크래프트 전집』, 『세계 호러 걸작선』, 『뱀파이어 걸작선』, 『펜타메로네』, 『좀비 연대기』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