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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의자 커버
아버지의 의자그녀가 기숙사에서 읽었던 단편 소설
윤진상
[ 청혼 ]

남에게 미음자를 빼앗아 나를 만드는 것이
뻐꾸기 알 낳듯 부끄러운 짓인가
모습을 드러낸 바람이 머리카락 잡아당기고
줄지은 개나리도 그녀의 어깨를 붙들다 미끄러진다
노란 꽃잎으로 치장한 계단이 차분히 흔들리고
이미 나의 부름에 응한 석류공원도 물줄기를 올린다
내가 세상 속에 던져진 미끼라면 한번쯤은
미늘을 감추고 소설 속 주인공의 대사를 따라 해 본다
팔각정 아래로, 도시가 깜박깜박 말줄임표 그리고
공원을 지키다 잠들었던 등불이 깨어나
삶의 흔적을 수북이 짊어진 배롱나무에게도
가진 것을 버려야 살 수 있는 남강, 그 위에도
여기저기 빤히 살피다가 그녀의 콧등에서 멈춘다
더 이상 다음 대사를 말하지 못하고 반짝이는 반지 대신
단편 소설 하나, 누런 봉투에 담아 건넨다
?
별 가진 것 없는 소설 속 주인공이 떠밀려
그녀의 기숙사에서 그 다음 대사를 읽어 간다
강 건너 공장에서 새벽일 늘어날 때면
질경이 이파리처럼 초라한 나를 위해
석류공원 등불이?5월의 강물 위로 피어오르는
하얀 춤사위를 만들어 주는 거야
그래서 언젠가 내 몸 밖의 나를 찾게 된다면
저 등불 앞에 서서 여기에 내 사랑이 있소이다
라고 자랑하며 나도 그들처럼 춤추고 싶었어
라고 소설 속 주인공이 그녀에게 고백하고 대답을 기다린다

출판사

부크크

출간일

전자책 : 2025-11-13

파일 형식

PDF(398 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