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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도 밑의 남자  커버
하수도 밑의 남자
송시무스
10
이 소설은 불친절하다.
위로하지 않고, 정답을 제시하지 않으며, 독자가 편안히 빠져나갈 출구를 남겨두지 않는다.

『하수도 밑의 남자』가 불편한 이유는 폭력 묘사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 작품의 폭력성은 낮다.
대신, 언어와 선택의 구조가 사람을 어떻게 갉아먹는지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이 책의 가장 무서운 점은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따라온다는 데 있다.
후원을 하는 사람, 단어를 순화하는 사람, 연대를 선별하는 사람,
그리고 그 모든 선택을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사람들.
그들은 괴물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뉴스에서, 회의실에서, SNS에서 마주치는 얼굴들이다.

작가는 운동권의 언어도, 기득권의 언어도 믿지 않는다.
대신 현장에서 살아남은 언어, 피를 덜 흘리기 위해 계산된 말들,
그리고 그 말들을 선택한 사람에게 남는 죄의식을 그대로 남겨둔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다른 책들이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그건 이 작품이 더 자극적이어서가 아니라,
독자에게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수도 밑의 남자』는
구원을 약속하지 않는 대신,
현실을 끝까지 바라볼 용기를 요구하는 소설이다.

그리고 그 요구는, 끝까지 정직하다.

출간일

전자책 : 2026-01-15

파일 형식

PDF(7.05 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