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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소멸
한동일 지음
9.9
한동일의 소설집 『청춘의 소멸』은 무너지지 않기 위해 오히려 자신에게 더 엄격해지기를 선택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작 『불 꺼진 나의 집』에서 삶의 경계에 선 인물들의 내면을 절제된 문장으로 포착해 “낱낱의 사실보다 보편적 진실을 중시한다” “한 시대의 지도”라는 평가를 받았던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그 질문을 한층 더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차원으로 확장한다.

이 소설집에서 청춘은 열정이나 가능성의 이름이 아니다. 떠날 수 있었음에도 떠나지 않고, 저항할 수 있었음에도 스스로를 단속하는 태도 속에서 청춘은 서서히 소모되는 상태로 존재한다. 표제작 「청춘의 소멸」에서 도시는 탈출의 대상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무대이며, 고독은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조건으로 받아들여진다.

「구류 3일」은 성범죄 사건이라는 첨예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진실의 판별이나 명확한 결론에 이르지 않는다. 대신 한 인물이 여론과 제도, 윤리의 언어 속에서 소비되고 처벌되는 과정을 집요하게 따라가며, 판단을 유예한 채 책임을 감당하는 태도를 그린다. 또 다른 작품 「책」에서는 창작자가 세계를 통제하려는 욕망 끝에, 끝내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의 작업과 마주하며 스스로 붕괴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청춘의 소멸』은 위로나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묻는다. 도망치지 않는 대신 스스로를 깎아 나가는 선택은 패배인가, 존엄인가. 이 소설집은 그 질문을 단정하지 않은 채, 오래 남겨두는 서사로 독자 앞에 놓인다.

출간일

종이책 : 2026-03-20전자책 : 2026-03-20

파일 형식

ePub(5.23 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