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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커버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국민의 심판보다 먼저 온 사법살인
김장민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은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은 집권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정당은 영향력을 상실하거나 사라진다. 이처럼 정당의 운명은 주권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물론 나치와 같이 어떤 정당이 선거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 그 정당이 선거를 악용하여 민주주의 질서를 현실적으로 위협한다면 독일처럼 법원의 재판으로 해산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정당을 해산시키려면 그 정당이 헌법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쳐야 하고 정당해산 이외의 다른 방안이 없다는 비례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문제는 원내 소수정당에 불과하던 독일공산당을 해산시킨 것을 보더라도 어떤 정당이 헌정에 현실적으로 위협이 된다는 판단은 매우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그 정당의 반헌법적 활동을 막기 위해서 최후수단이 정당해산 밖에 없다는 판단 역시 주관적일 수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어떤 구체적, 객관적 검토 없이 단순한 논리적 판단으로 이러한 비례성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선언하였다.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형식적 심사는 실질적으로 심사해야 할 비례성의 요건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정당해산제도가 없더라도 폭력을 정당화하는 정당이나 당원을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이 선택한 정당 자체를 몇 명의 현자들이 해산결정을 하는 제도 자체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프랑스, 미국, 영국, 일본처럼 정당해산제도가 없는 나라도 많다. 나치가 선거를 통해 집권한 것은 정당해산제도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당시 독일 민의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수의 현자가 저급한 민의를 번복하여 헌정질서를 지킬 수 있는지, 혹은 그런 민의의 부정이 정당한지 의문이다. 민주주의 제도와 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확실한 헌법수호 장치이다. 통합진보당의 경우 이석기 의원과 같이 일부 구성원의 비민주적이고 폭력적 언동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어 비판받아 마땅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와 헌법재판소가 이들의 언동을 통합진보당의 언동으로 간주하고 통합진보당의 목적이나 활동 자체가 헌법질서에 위반된다고 본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또한 통합진보당은 해산 당시 의석이 6석에 불과하였고, 연이은 부정선거 시비, 폭력사태, 분당 등으로 인해 국민적 지지도가 낮았다. 즉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될지라도 국민들의 외면으로 인해 헌법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구체적 위험이 없었다. 즉 통합진보당의 운명은 당분간 국민의 심판에 맡겨도 되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이석기 등 주요 성원들이 'RO' 사건, 부정선거, 중앙위원회 폭력 등으로 인해 구속되거나 수사 받는 상황이었으므로 정당해산의 방법이 아니더라도 이들을 통합진보당과 격리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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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전자책 : 2020-07-17

파일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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