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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동시처럼 푸르게 나부끼며 커버
초록빛 동시처럼 푸르게 나부끼며
유종우
어느 소녀가 향나무 앞에 서 있는데 향나무에서 향나무 향기가 솔솔 풍겨 나왔어요. 향나무 향기에 이끌려, 소녀는 향나무 곁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서다가, 문득 향나무에 앉아 있는 작은 산새 한 마리를 보았어요.
작은 산새는 가지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공중으로 높이 솟구쳐 올라 그 근처 숲으로 날아갔어요. 향나무 향기를 제 깃털 사이로 흩날리면서요.

소녀는 곧장 작은 산새를 따라 한결같이 푸른 빛깔이 늘 머무는 숲으로 향했어요. 그곳에서 소녀는, 작은 산새가 숲의 향기를 가득히 머금은 채로, 숲의 나뭇가지들 사이로 비쳐 오는 나긋한 햇살과 같이 상냥하게 반짝이는 그 청아한 음색으로, 마음을 다해 노래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어요. 작은 산새는, 숲으로 날아오기 전에 향나무 가지에 앉아 향나무 향기를 제 몸에 덧칠했듯이, 이번에는 숲의 향기를 제 몸 위에 깃털처럼 덧입은 채 그 싱그럽고도 향기로운 숲을 노래하고 있었어요.

소녀는 작은 산새를 쫓아 숲으로 오기 전에 만나 보았던 그 향긋하고 감미로운 향나무의 향기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작은 산새가 햇살이 넘쳐흐르는 신록의 숲에서 전해 주는 그 푸릇하고도 다사로운 산뜻한 빛깔의 향기를 품에 안듯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답니다.

푸르디푸른 숲에서 작은 산새가 부르는 해밝고도 풋풋한 그 노래는, 투명하리만치 싱그러운 빛깔로 끊임없이 반짝이는, 희맑은 햇살에 젖은 푸른빛 숲의 그 지워지지 않는 향기처럼 흐르며, 소녀의 가슴에, 향긋하고도 촉촉한 숲의 그 속삭임과도 같은, 향기 어린 노래의 빛깔들을 가득히 안겨 주었답니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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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전자책 : 2023-03-10

파일 형식

ePub(21.11 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