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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벽돌 사이로 흐르는 시간 커버
선과 벽돌 사이로 흐르는 시간
김서인
건축이라는 단단한 형태 속에서도 부드럽게 흐르는 시간의 흔적을 포착한 『선과 벽돌 사이로 흐르는 시간』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섬세하게 담아낸 수필집이다. 건축 설계사 김서인은 자신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선 하나, 눈물 한 방울, 고양이의 발자국 소리까지 모두 삶을 구성하는 소중한 요소임을 일깨운다. 피렌체 두오모 성당 앞에서 흘린 감동의 눈물부터 지진 피해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그녀의 시선은 언제나 따뜻하고 깊다. 건축이란 단지 물리적 공간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길 사람들의 삶과 시간을 고려하는 섬세한 작업임을 그녀의 글은 조용히 속삭인다.

매일 아침 그린 스무디를 만들며 시작되는 하루부터, 밤늦게 도시의 불빛을 스케치하는 순간까지, 작가는 자신의 일상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을 정직하게 기록한다. 오피스텔에서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 짱구의 재미있는 습관, 도자기 공방에서 흙을 만지며 느낀 창작의 기쁨, 마스킹 테이프로 만든 컬러풀한 건축 모형까지, 그녀의 세계는 각자의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기쁨으로 가득하다. 특히 '계단참의 철학'이나 '미니멀리즘의 방 한 칸'과 같은 단편에서는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는 공간들이 어떻게 우리의 내면과 연결되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작가의 시선은 언제나 일상의 구석구석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고, 독자들에게 자신의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선물한다.

선을 긋고 공간을 창조하는 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놀랍도록 풍요롭다. '노숙인의 건축학'에서는 우연히 만난 노숙인의 이야기가 사회주택 설계에 영감을 준 과정을, '시장 골목의 도시계획'에서는 인위적 설계 없이도 자연스럽게 형성된 전통 시장의 공간 활용에서 배운 교훈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특히 '첫 월급의 무게'나 '디지털 디톡스의 사흘'과 같은 글에서는 현대인의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작가는 건축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결국 그녀가 그리는 것은 공간이 아닌 그 안에 담긴 우리의 삶과 감정이다. 거창한 철학보다는 소소한 일상의 발견이, 화려한 수사보다는 솔직한 감정의 기록이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한다.

"퇴사라는 이름의 문"에서 새로운 시작을 향한 두려움과 설렘을 고백하고, "나침반의 바늘을 따라서"에서 자아를 찾는 여정이 결국 자신을 향한 귀환임을 깨닫는 작가의 여정은 많은 독자들의 가슴에 울림을 줄 것이다. 선과 벽돌로 만들어진 단단한 건물 속에서도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과 감정을 포착한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단지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기억, 그리고 꿈이 담긴 특별한 장소임을 일깨운다. 김서인의 첫 에세이집은 건축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본 일상의 풍경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의미 있는지를 조용히, 그러나 강렬하게 전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이 매일 지나치는 공간들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출간일

전자책 : 2025-03-04

파일 형식

ePub(1.41 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