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베덴보리의 재배열
김홍찬오늘날 교회는 회개에 대한 열정, 헌신과 봉사, 설교와 프로그램, 상처와 회복의 주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재배열(Re-ordering)이라는 관점, 즉“사람은 고쳐지는 존재가 아니라 사랑의 방향이 제자리를 찾을 때 살아나는 존재”라는 구조적 진리는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이 진리는 종교적 권위를 약화시키며, 문제 해결형 신앙을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배열의 신앙은 너무나 중요한 진리이다.
이 진리는 그 나라에서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재배열의 진리는“네가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보라”고 말한다. 인간은 진정한 사랑을 감추면서 살기 때문에 사실 이 말은 교회에서 강조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교회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재배열의 진리가 사라진 자리에 다음이 들어왔다.
즉, 감정적 회개 (울면 회개한 것처럼 여김), 행동 교정 신앙 (바꾸면 된다), 문제 해결 신앙 (기도하면 해결된다), 상담화된 신앙 (원인 분석에 집착)이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굳어지고 멈추어져 있는 신앙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18세기 영성가 스베덴보리의 핵심 사상인‘재배열’을 중심으로, 죽음 이후 반드시 일어나는 변화와 이 땅에서 이미 시작되는 정렬의 과정을 함께 다루었다. 이 책은 자기 중심성이 무너지고 재배열의 입구에 서있는 사람이 진리의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서서히 그 재배열의 세계 안으로 초대될 것이다. 사람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여정은 결국 이 질문에 닿는다.
“당신은 진정으로 무엇을 가장 사랑하는가?”
스베덴보리는 이 질문을‘심판’교리보다 더 근본적인 진리로 보았다. 그에게 심판은 외부에서 내려지는 판결이 아니라, 사람 안의 사랑이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재배열(Re-ordering)이었다.
그래서 심판은 벌이 아니라 드러남이며, 정죄가 아니라 정렬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죽음의 이미지는 심판대 앞에 두려워 떨며 서있는 자신의 모습이다. 그러나 스베덴보리가 본 죽음은 전혀 달랐다.
그에게 죽음은 빛이 서서히 밝아지는 통로였고, 사람이 자기 중심의 혼란을 벗고 평생 품어온 사랑의 본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우리는 매일 선택하고, 기울어지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어떤 날은 진리를 붙들지만, 또 어떤 날은 자기 중심성의 깊은 골짜기로 미끄러진다.
그러나 이 모든 순간은 결국 우리 안의 사랑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관계가 충돌하고 상처가 깊이 파고들 때,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과 자존심의 그림자가 흔들릴 때, 혹은 기도조차 나오지 않는 침묵의 시간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매번 조용히 재배열된다. 왜 스베덴보리는 재배열을 심판보다 중요한 교리로 보았는가?
그에 따르면, 심판은 외부에서 내려지는 선고가 아니라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성립되는 질서이다. 사랑은 결코 본질을 속이지 못한다. 사람은 결국 자기가 사랑하는 곳으로 끌려간다. 그는 이것을 간단히 이렇게 요약했다.
“천국과 지옥은 선택이 아니라 방향이다.”
그 방향을 결정짓는 힘이 바로 중심 사랑(Central Love)이다. 평생 가장 소중히 여기고, 가장 자주 붙들고, 가장 깊이 기뻐했던 것?그 사랑이 죽음 이후 우리의 자리를 재배열한다. 그것이 곧 영혼의 진짜 정체이며, 영원의 향방이다. 고로 이 책은 독자에게 중요한 질문을 먼저 던지고 있다.
“당신의 사랑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재배열은 죽음 이후에만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다. 오늘 우리의 마음 안에서도 이미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상처를 통해 사랑의 방향이 드러나고, 관계를 통해 중심이 시험되며, 고난을 통해 숨은 애정이 벗겨지고, 회개를 통해 사랑의 자리가 다시 배치된다. 결국 재배열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사랑을 본래의 자리에 돌려놓으시는 은총의 기술이다. 이 책은 죽음 이후의 세계뿐 아니라, 이미 지금 이 땅에서 시작된 영혼의 재배열을 자각하도록 돕기 위해 쓰였다. 죽음 후의 재배열이 가장 부드럽게 진행되는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이미 빛의 질서를 조금씩 배워온 사람이다. 그들은 생의 마지막 순간을 두려움이 아니라 평안으로 맞이한다.
그들의 고백은 늘 같다.
“빛을 향해 걸어온 사람은, 빛 속으로 들어갈 때 가장 편안하다.”
이 책은 그 길을 걸으려는 모든 영혼에게 재배열의 원리와 사랑의 방향을 보여주는 지도와도 같다.
이제, 재배열?사랑이 제자리를 찾는 순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여정의 문을 지금, 함께 연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제1부에서는‘죽음 후 첫 단계 ? 외적 자아의 유지’를 다룬다. 영혼이 죽음 이후 어떻게 깨어나는지, 그리고 왜 초기에는 지상에서의 외적 자아(persona)가 잠시 그대로 유지되는지를 설명한다. 죽음 후의 재배열은‘갑작스러운 심판’이 아니라 지상의 삶과 연속된 첫 단계임을 보여준다.
제2부. 두 번째 단계 ? 내적 자아의 벗김(Stripping)이다.
빛 앞에서 영혼은 더 이상 숨을 수 없으며, 가식과 연기, 종교적 외형, 자기 중심적 욕망이 하나씩 벗겨지는 과정을 겪는다.
벗김은 고통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해방이다. 영혼은 진실됨을 되찾고, 드디어 자기 본모습을 보게 된다.
제3부. 세 번째 단계 ? 사랑에 따른 재배열(Re-ordering)이다.
천국과 지옥의 구조를 사랑의 질서로 설명한다.
겸손·진리 사랑·이웃 사랑의 구조를 가진 영혼은 자연스럽게 빛으로 향하고, 지배욕·질투·자기 사랑에 기울어진 영혼은 스스로 어둠을 선택한다. 또한 중간 세계(World of Spirits)에서 이루어지는 마지막 정렬의 의미와 그 불가역성도 상세히 다룬다. 그리고 창조 7일과 재배열의 상응을 알아보았다.
제4부. 이 땅에서 경험하는 재배열 ? 영혼의 현재 여정이다.
재배열은 죽음 후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이 땅에서도, 매일의 삶 속에서 조용한 재배열을 경험한다.
독자는 자신의 삶 속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내적 정렬의 징후를 이해하게 된다. 독자는 스스로를 비추게 하는 거울이 된다.
제5부. 결론 ? 빛 있는 곳으로 가려는 영혼이다.
재배열의 전체 여정을 정리하며, 빛을 향해 나아가는 영혼의 가장 깊은 평안을 보여준다. 이 땅에서 재배열을 시작한 사람이 왜 가장 부드럽게 사후 세계에 들어가는가? 독자에게 하나의 확신을 남긴다.
빛을 따라 사는 삶은, 결국 빛 속으로 들어가는 삶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죽음 이후의 영적 재배열 → 이 땅에서의 내적 재배열이라는 하향식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는 영혼의 미래를 먼저 이해한 뒤, 그 미래가 오늘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를 보게 될 것이다. 결국 이 책은 다음의 메시지를 향해 독자를 데려간다.
“사랑이 제자리를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재배열이며 구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