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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입의 영성 신앙은 위로부터 흘러오는 생명을 받는 것이다
김홍찬
신앙은 위로부터 흘러오는 생명을 받는 것이다
유입(Influx)은 스베덴보리 신학의 심장이다.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틀이다.
나는 오랫동안 이렇게 믿으며 살아왔다.“내가 더 노력하면 주님께서 반드시 축복하실 것이다.”“내가 좀 더 참으면 성숙해질 수 있다.”“내가 더 결심하면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이 믿음은 틀린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뜨겁고 진지했고, 나 자신도 감동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그 결심들은 하나같이 오래가지 않았다. 마음은 다시 예전의 자리로 돌아갔고, 나는 같은 자리에서 또다시 좌절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왜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을까?”
이 질문은 젊은 시절에만 머물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서도 풀리지 않았고, 신앙 경력이 쌓일수록 오히려 더 날카로워졌다.
나는 어려서부터 교회 안에서 자랐고, 수십 년을 신앙의 언어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남은 것은 성취보다 실망이었고, 확신보다 낙심이었다.
“나는 왜 이 정도밖에 되지 않을까.”
이 질문을 붙들고 오래 씨름하던 끝에, 나는 하나의 결정적인 사실에 이르게 되었다. 내 신앙의 기초가 잘못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신앙을‘하나님 앞에서 내가 해내야 할 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앙은 본래‘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내가 받아들이는 삶’이었다.
신앙의 본질은 노력이나 결심이 아니라, 주님 안에 거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주님 안에 머무르기보다 늘 무엇인가를 하려고만 애쓰고 있었다. 정작 열려 있어야 할 마음은 닫혀 있었고, 받아야 할 은혜는 흘러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 깊은 곳에서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다.
“정말 신앙은 내 힘으로 해낼 수 없는 것인가?”
성경은 이 질문에 대해 단호하게 대답한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한복음 15:5)
이 말씀은 겸손을 요구하는 도덕적 권면이 아니었다. 신앙의 구조를 선언하는 말씀이었다.
우리는 가지이고, 생명은 위로부터 흘러온다. 가지는 열매를 만드는 존재가 아니라 열매를 받는존재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위로부터 흘러오는 생명을 수용하는 일이다.
성경은 처음부터 이 구조를 말해 왔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창세기 2:7)
사람은 스스로 생명을 만들어내는 존재가 아니다. 불어넣어진 생기를 받는 존재다. 신앙 역시 동일한 원리 위에 서 있다.
사랑은 부어진 것이며 (로마서 5:5), 열매는 흐름의 산물이며 (요한복음 15장), 변화는 위로부터 임한 은혜이다 (사도행전 2장).
스베덴보리는 이 흐름을 유입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했다.
“유입은 하늘에서 흘러오는 하나님의 생명이다.사람은 그것을 만들 수는 없지만, 열 수 있고, 받을 수 있고, 흘려보낼 수 있다.”
이 원리에 따르면 신앙이란 능력이 아니라 열림이다. 신앙의 성숙은 더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열려지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반복해서 말씀하셨다.
“내 안에 거하라.”(요한복음 15:4)
‘거한다’는 것은 내가 하나님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내는 것이 아니라,하나님의 흐름 안에 머무르는 것이다. 닫힌 마음을 열어 생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때 변화가 시작된다. 그 변화는 내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아니라, 흘러들어오는 변화다.
나는 오랜 세월 이 사실을 오해한 채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분명해졌다.
신앙은 하늘의 흐름이며, 변화는 유입이며, 열매는 연결에서 온다.
이 책은 나처럼 오랫동안‘내 힘으로’신앙을 붙들려 하다가 지쳐버린 사람들을 위해 쓰여졌다.
그리고 그들을‘만드는 신앙’에서‘받는 신앙’으로 옮겨가는 여정으로 초대하기 위해 쓰여졌다. 전체 구조는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설계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인간이 본질적으로‘받는 존재’임을 밝히고, 유입의 기초 구조를 다룬다.
제2부에서는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유입의 흐름을 추적한다.
제3부에서는 유입이 인간의 사랑·의도·생각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살핀다.
제4부에서는 유입이 흘러들어오는 실제 통로들을 다룬다.
제5부에서는 유입을 막는 내면의 장애물들을 정직하게 드러낸다.
제6부에서는 유입이 삶과 관계, 치유와 사명 속에서 어떻게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다룬다.
이 책의 목적은 단순하다.
더 잘 믿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잘 받게 하는 것.
그것이 스베덴보리가 말한 신앙의 본질이며, 이 책이 독자에게 조심스럽게 건네고 싶은 초대다.

출간일

전자책 : 2025-12-17

파일 형식

PDF(4.34 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