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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시사(耘谷詩史)
원천석
지금까지 우리는 운곡에 대해 의리와 절개를 지키며 은거한 고려의 충신으로만 인식하여 왔다. 그러나 그것은 운곡의 삶의 일부분일 뿐 그의 삶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운곡시사耘谷詩史>에 나타나는 그의 모습은 농사를 지으며 백성들과 애환을 나누는 다정한 이웃이면서 자상한 아버지・할아버지이고, 일찍 여읜 아내를 그리는 애처가이며, 가문을 추스르는 집안 어른이기도 하다. 나옹懶翁・무학無學 같은 고승과 그 제자들을 깊이 사귀는 독실한 불교도이면서 지방 관리나 지식인들과 널리 교류하는 유학자이고, 소년 시절의 태종 이방원과 향학의 서생들을 가르친 교육자이기도 하다. 도연명陶淵明과 정자진鄭子眞을 본받아 변암弁巖에서 구름밭을 가는 이상주의자이면서 그렇다고 현실을 결코 외면하지도 않았다. 공적・사적여행을 통해 모순된 현실과 유한한 인간의 모습을 재인식하기도 하였다.
그는 일생 동안 1146수의 시를 써서 남긴 시인이면서 냉철한 선비정신의 소유자였고, 자연의 이치와 우주의 섭리를 터득한 통섭統攝과 포용包容의 사상가였다. 만물의 본체를 인식하고 유구한 역사를 통찰하였기에 그는 누구보다도 치열하고 냉혹하게 자신을 담금질하며 당대 현실을 헤쳐나온 것이다. 그 혼란한 질곡의 시대, 칼날 같은 삶의 순간들을 시와 글로 남긴 것이 바로 이 책 <운곡시사耘谷詩史>이다.

출간일

전자책 : 2026-04-17

파일 형식

PDF(12.85 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