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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탉 커버
수탉
이효석 지음
1933년 11월 《삼천리》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이효석의 소설에는 동물 특히 가축이 자주 등장한다. 이들은 단순히 이야기의 소재로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내면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돈」에서의 돼지, 「산」에서의 개, 「메밀꽃 필 무렵」에서의 나귀 등은 모두 주인공의 분신과 같은 존재들이다. 등장인물들은 이들 가축들에게 한없는 애정을 보이며, 작가는 가축의 행태와 등장인물들의 행위를 병치시킴으로써 등장인물의 내면을 드러내거나 사건의 전개를 암시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이 작품의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 보여주는 행동이나 그의 처지는 그대로 못난 수탉과 동일시됨으로써 더욱 뚜렷한 의미를 형성한다. 주인공 을손은 자신이 처한 현실이 아주 못마땅하다. ‘좁고 거북한 굴레’를 벗어나고 싶다는 그의 욕망은 남의 과수원에 들어가 능금을 서리하거나 선생님이나 어른들의 눈을 피하여 몰래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은 금단의 규칙을 어기는 행위로 발산된다. 하지만 이렇게 규칙을 어기면서 일탈된 행동을 벌이고 거기서 어떤 쾌감을 얻는 것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나 가능할 뿐이다. 자기 혼자만의 공간 속에서 비밀리에 행하는 일들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주어지는 댓가는 참담함뿐이다. 이러한 행동은 뒤에 들통이 날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는 을손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고, 그로 인하여 복녀와 만나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이같은 비참한 처지에 놓인 자신을 후회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모습이 어쩌면 자기네 집에서 기르고 있는 못난 수탉을 쏙빼어 닮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수탉이라면 마땅히 암탉들을 거느리면서 그 위용을 자랑해야 하는데, 자기네 수탉은 무기력하게도 암탉에게마저 쫓겨 다닌다. 그리고 다리마저 저는데다 찌그러진 눈에서 피까지 흘리는 참혹한 꼴을 하고 있다. 이런 못난 수탉을 향해 을손은 부화가 나서 아무 물건이나 마구 집어 던진다. 을손의 분노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을 향한 분노이다. 현실에서 패배만을 거듭하는 한 인물의 자기모멸감이 수탉이라는 대상을 향해 외현화되는 것이다.

출판사

도디드

출간일

전자책 : 2019-10-25

파일 형식

PDF(21.84 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