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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 릴케 시 필사집 커버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 릴케 시 필사집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배명자 옮김
9.8
소멸하는 것과 소멸하지 않는 것, 드러나는 것과 숨겨지는 것, 다가오는 것과 멀어지는 것, 생명과 죽음… 모든 살아 있는 존재에게는 이러한 두 가지 세상이 공존한다. 릴케의 묘비명이기도 한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누구의 잠도 되지 않겠다는 갈망이여”라는 시의 구절은 단순히 장미의 아름다움을 넘어, 인간 존재가 지닌 근원적인 모순과 생명력을 상징한다.

릴케에게 장미는 소멸하는 것과 소멸하지 않는 것이 공존하는 매개체다. 겹겹이 쌓인 장미 꽃잎은 마치 수많은 ‘눈꺼풀’처럼 안으로 침잠하며 외부의 잠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강한 주체적 의지를 드러낸다. 이는 유한한 삶 속에서 영원한 본질을 갈망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 매우 닮아 있다. 눈꺼풀은 외부 세계를 보는 도구인 동시에, 닫음으로써 내면의 세계로 침잠하는 도구다. 끊임없이 외부 세상을 수용하면서도 동시에 자기만의 깊은 고독 속으로 숨어드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상징하는 놀라운 은유다.

삶과 죽음의 공존을 노래한 이 시를 통해 릴케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릴케에게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탄생을 선물하는 씨앗, 열매와 같은 것이다. 자기 자신을 소멸시키며 존재를 증명하고 완성하는 과정이 모든 살아 있는 존재의 숙명이다. 죽음이 곧 생명의 종말은 아니다. 꽃은 피었다가 지고, 생명은 태어났다가 죽는다. 이것들은 다시 우주 속에서 순환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 가지만, 그 유한함 때문에 역설적으로 삶의 매 순간이 빛나는 존재다.

릴케 시 필사집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의 시편들도 마찬가지다. 릴케는 무서운 직관으로 조각조각 깨어져 흩어진 죽음들을 적시해 내고, 그것이 우리 생명이 품은 미스터리, 신비, 미지 그 자체임을 일러준다. 생명이 순환하며 드러내는 빛과 아름다움을, 그리고 생명 회귀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릴케의 시에서 만나보자.

출판사

나무생각

출간일

종이책 : 2026-04-10전자책 : 2026-04-10

파일 형식

PDF(4.8 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