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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페인 고딕 소설 단편선탑, 빈센트 퍼윗 전화 살인, 달 노예, 죽지 않는 것, 파장 | 장르의 빛을 찾는 사람, 바라트 앤솔러지 34
배리 페인
초자연과 심리적 공포를 시적 암시와 은유로 응축한 작가, 생전엔 풍자로 사후엔 공포로 기억되는 배리 페인(Barry Pain)이다. 때로는 극단적인 모호함, 때로는 화려하고 현대적인 고딕의 기교를 넘나들었지만 100여 년 전의 혁신은 진부해진지 오래. 신선했던 반전은 빤하고 김빠진 결말로 읽히기도 하지만 그 과정만큼은 몰입하여 읽게 만드는 힘이 건재하다. 페인의 고딕 단편 5편을 수록한다.

「탑 The Tower」(1911)
배리 페인 특유의 고딕 호러 즉 극단적일 정도의 모호함과 분위기로만 유발하는 공포를 보여준다.

빌은 바이스와의 당구 게임에서 지고 시큰둥하다. 빌과는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닌 바이스는 기회가 있으면 절대 놓치지 않는 승부사 기질이 다분하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계획에 차질이 생긴 빌에게 함께 사냥을 하자는 바이스의 초대장이 도착한다. 이 초대를 거절하기 힘들었던 건 도박 빚 때문에 고민이던 빌에게 바이스가 초대장에 수표를 동봉하여 빌려주었기 때문. 이들이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게 될 곳은 바이스의 오두막. 그런데 이 오두막 인근에 바이스가 따로 구입해둔 석조 탑이 있는데, 오래전부터 죽음과 비밀이 도사린 흉흉한 소문의 진원지다.

「빈센트 퍼윗 전화 살인 The Case of Vincent Pyrwhit」(1898)
빤하고 익숙한 길이지만(게다가 아주 짧지만) 걷는 동안은 제법 긴장하게 만드는 작품.
화자는 예전에 꽤 충격적이라고 알려졌던 어느 살인 사건에 대해 말한다. 발단은 화자에게 막역한 친구의 아내가 오랜 투병 끝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아름다운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그 친구는 치안판사로 재직 중인 빈센트 퍼윗. 화자는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며칠 함께 지내기로 한다. 그런데 장례식이 끝난 후 퍼윗의 집에 함께 있다가 기이한 일을 겪는다. 전화벨이 계속 울리는데, 문제는 그 전화의 연결선이 끊어져 있다는 것.

「달 노예 The Moon-Slave」(1901)
비올라 공주는 왕국간 혼인 협약에 따라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데, 미모뿐 아니라 춤 사랑도 보통이 아니다. 왕국의 선왕 때 지어졌다가 이제는 폐기된 미로. 비올라 공주는 이 미로에 들어갔다가 한복판의 공터에 이르러 독특한 무도회장의 유혹을 느낀다. 조명을 대신한 휘영한 보름달은 금상첨화. 그런데 이 춤사위의 폭주하는 도파민에 취한 공주는 점점 멈출 수 없는 유혹에 빠져든다. 결국 유쾌한 몽환의 춤은 섬뜩한 광상의 춤으로 변해 가는데……

「죽지 않는 것 The Undying Thing」(1901)
배리 페인의 대표적 고딕 호러. 러브크래프트가 찬사를 보내고 애독한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만스테스 지역에서 유서 깊은 에드릭 준남작 가문. 이 에드릭 가에 내린 저주와 그것을 둘러 싼 어두운 가족사가 중심이다. 3대 준남작, 에드릭 경의 아내가 출산 과정에서 사망하는데, 생존한 아기에 관한 섬뜩한 암시가 발단이다. 인간이 아닌 존재로 묘사된 아기는 에드릭 경과 의사에 의해 태어난 당일 밤에 처치되고 철저히 비밀로 부쳐진다. 그러나 이후 에드릭 가문의 사유지인 수목원에 정체불명의 괴물이 출몰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여기에 마을의 늙은 광녀가 에드릭 가문에 내린 파멸의 예언은 100년이 지난 현재 6대 준남작까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는데……

「파장 The End of a Show」(1901)
우리 옛 시골 장터에서 빠지지 않던 약장수와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 작품에서 장이 서면 사람들을 모아놓고 수상쩍은 약을 파는 돌팔이 약장수는 인정머리라고는 없는 냉혹한 인물이다. 이런 약장수가 평생 처음으로 한 여인에게 친절을 베푼다. 그리고 이 친절이 불러온 것은 공포와 슬픔이다.

배리 페인(Barry Pain)
영국의 작가, 저널리스트로 본명은 에릭 오델(Eric Odell)이다. 영국의 문학지 《그란타The Granta》에 글을 발표하면서 뛰어난 패러디와 유머러스한 작품으로 발군의 재능을 인정받았다. 1889년 「백 개의 관문The Hundred Gates」을 《콘힐 매거진》에 발표한 것을 필두로 《펀치》, 《스피커》 등으로 문학 외연을 넓혀가다가 《데일리 크로니클Daily Chronicle》의 편집진에 합류하기도 했다. 페인이 문학적으로 인정받는 과정에서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루이 스티븐슨이 그를 모파상과 비교하면서 호평한 영향도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인은 유머러스한 소설뿐 아니라 공포 소설에서도 뛰어난 작품을 남겼다. 『어둠 이야기 Stories in the Dark』, 『회색 이야기 Stories in Grey』 등의 작품집, 재기발랄한 분위기의 『로빈슨 크루소의 귀환 Robinson Crusoe's Reture』, 공포와 SF의 접점을 오가는 『영혼의 교환 Exchange of Souls』등의 독특한 작품들을 남겼다.

옮긴이 미스터고딕 정진영
함께 기획하고 번역하는 팀이다. 미스터 고딕은 숨은 보석 같은 작가와 작품을 만날 때 특히 기쁘다. 그런 기쁨을 출간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정진영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상상에서는 고딕 소설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잿빛의 종말론적 색채를 좋아하나 현실에서는 하루하루 장밋빛 꿈을 꾸면서 살고 있다. 고전 문학 특히 장르 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기획과 번역을 통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작품들도 소개하려고 노력 중이다. 스티븐 킹의 『그것』, 『러브크래프트 전집』, 『검은 수녀들』, 『잭 더 리퍼 연대기』, 『광기를 비추는 등대 라이트하우스』 등을 번역했다.

출판사

바톤핑크

출간일

전자책 : 2025-06-10

파일 형식

ePub(8.48 MB)

주제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