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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세 마리'의 그 꿈 커버
'곰 세 마리'의 그 꿈난임, 열일곱 번의 기다림 그리고 기적
뽁이 아빠
프롤로그 중에서

"AMH 수치 0.01. 난자 공여를 알아보세요."
의사의 이 말이 시작이었다.

내 나이 마흔, 와이프는 서른여섯. 우리는 남들보다는 조금 늦은 나이에 결혼했다.
그리고 '곰 세 마리'의 그 동요 가사,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처럼 곧 귀여운 아기가 찾아오고 앞으로도 으쓱으쓱 잘 살아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 1년여가 지난 후, 우리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손님을 마중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난임이었다.

'난소 기능 저하에 의한 AMH 수치 0.01의 폐경 수치'

처음에는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우리는 잘 알지 못했다.
어릴 적 엄마한테 회초리 맞은 후의 서러움도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다 잊어버렸던 것처럼 난임이라는 그런 것도 잠깐 아프다가 눈 뜨면 다 끝나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우리가 한 걸음, 두 걸음 내디디면 그 끝은 세 걸음, 네 걸음 더 빠르게 도망가기만 했다.
바로 앞도 보이지 않았다. 그 끝이 있기나 한 것인지 알 수도 없었다. 동굴 속에 갇혀 버린 것이었다.
장장 6년이었다.
우리는 6년 동안 열일곱 번의 난임 시술을 했다. 그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많이 아프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그 못다 한 ‘곰 세 마리’의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이 글은 난임의 시작부터 그 끝, 그 과정들을 기록한 것이다.

'AMH 0.01'
'난소 기능 저하'
'시험관 16번'
'인공수정 1번'
'공난포'
'신선 배아 수정 실패'
'동결 배아 해동 실패'
'자궁 내시경 2회'
'나팔관 조영술 2회'
'자궁 내 복수'
'난관 절제 수술'

그리고 열일곱 번의 난임 시술에서 1차 피검 수치(HCG) 10.73이라는 동굴 끄트머리에서 들어오는 가느다란 한 줄기 빛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빛을 쫓아 그동안 가보지 못한 길을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우리에게 그 낯선 길은 때로는 설레는 소풍 길이기도 하고, 가끔은 두려운 초행길이기도 했다.

'이식 10일, 1차 피검 수치 10.73'
'이식 12일, 2차 피검 수치 44.3’
‘이식 14일, 3차 피검 수치 145.97’
'임신 13주, 니프티 검사 1차 판독 불가'
'임신 15주, 니프티 검사 2차 판독 불가’
‘임신 16주, 양수검사 1차(비배양) 판독 불가’
‘임신 27주, 2일 1차 하혈’
‘임신 27주 5일 2차 하혈’
‘임신 31주, 6일 낙상’
‘임신 34주, 3일 임신성 고혈압’

그리고 임신 38주 2일 오전 10시 46분.
‘곰 세 마리’의 그 꿈이 이루어졌다. 내 딸 시은이가 태어났다.
그때 내 나이 마흔일곱, 와이프는 마흔셋이었다.

출판사

유페이퍼

출간일

전자책 : 2025-06-10

파일 형식

PDF(11.61 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