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잡음고스트 연대기(유령)|아라한 호러 서클 073
메리 헌터 오스틴 지음, 정진영 옮김영어권 호러 앤솔로지에 자주 실리지만, 공포 요소는 거의 없다. 작품에 내포된 은유적 공포 또한 유령보다는 생전의 소통 단절에서 비롯된 것이다. 죽은 후에도 유령이 한사코 이승을 떠나지 않으려는 이유, 이것은 공포보다는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더 가깝다. 결혼 생활의 좌절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딸(작품에서는 아들) 이런 자식에게 냉담하고 무관심한 남편, 동네 주민과의 불화 등등 이 단편에는 작가 오스틴의 자전적 요소가 많이 투영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오스틴이 유령을 통해서 재조정하고 바로잡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이기적이고 비겁한 당신이 마음 속에 꼭꼭 감추어두려는 말, 그래도 들킬까봐 자존심과 위선으로 꾹꾹 뭉치고 다져서 단단해진 말. 자신에게 던져진 이 말에 상처받은 유령은 단단한 껍질 속 가장 안쪽에 있는 그 작고 야윈 말을 원하는 것 같다. 이를 테면 “내가 미안해, 당신 잘못이 아니야.” “내가 사는 이유, 당신이 내 곁에 있어서야”... 유령이라고 해서 특별하고 대단한 말을 듣고 싶었던 건 아닌 것 같다.